숟갈질
/천승세
오늘도 죽기 싫어 밥상을 받는다
숟갈질, 살아라 살아라 어깨 짜며 밥을 뜬다
져 나른다
찰지도록 누르고 눌러 입주리만큼 한 삽 뜨면
미치게 그리운 가슴들은 이렇게 삼키는 것이다
떠 넘겨야 하는 것이다
세 시간 뒤에사 너는 기어코 똥이 됐느냐
네 사랑 내 사랑 묻더라, 사흘 뒤면 잊더라
삽질이더라, 한 삽 두 삽
이 숟갈질.
-천승세 시집 〈몸굿/푸른숲〉
시인이 바닥에 떼굴떼굴 굴러다니며 어머니 어머니 찾으며 온몸으로 울어대는 모습을 본 적 있다. 그렇게 맑은 울음을 처음 보았다. 소설가 박화성여사의 아들인 것을 그날 알았다. 시집 후기에 그는 이렇게 썼다. ‘크나큰 업적과 상관없이, 결코 협잡挾雜만큼은 용서될 수 없는 문학에다 목숨을 바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매달린 것이 시詩였다. 협잡성이 통하지 않는 엄절한 문학을 하리, 하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조길성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