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관내 현직 부장판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비판글을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45·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오전 7시쯤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집행유예 선고 후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정독했다. 재판장 스스로 양심에 따라 정말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라며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궤변이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인가, 아니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을 위해 사심을 담아 쓴 판결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뒤 “나는 후자라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또 “현 정권은 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고군분투한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모두 제거했다”며 “꿋꿋이 수사했던 전임 검찰총장은 사생활 스캔들을 꼬투리로 축출됐다. 모든 법조인이 공포심에 사로잡혀 아무 말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나를 좌익판사라 매도하지 말라. 다만 판사로서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법원은 김 판사의 글을 직권으로 삭제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원 전 원장에 대해 “정치에 관여한 점은 인정되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