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걸그룹 공연을 좀 더 가까이서 보겠다던 소박한 소망을 가진 1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1명에게 씻지못한 상흔을 남긴 ‘판교 환풍구 붕괴 사건’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졌다.
이날 오후 5시 53분,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무대에 올라선 걸그룹 포미닛의 네번째 곡이 관객들을 흥을 한껏 올리고 있는 순간.
야외무대가 차려진 유스페이스 야외광장 한켠에서 ‘쿠쿵’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수십명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렸고 이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사람들이 빼곡히 서 있던 환풍구 위로 향했다.
“잠시까지 수많은 직장인 등 관객들이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람들이 사라졌더라구요.”
유스페이스 오피스텔 2층 일식집에서 주방장으로 근무하는 김모(30)씨는 사고 현장이 환풍구 앞 5m거리에서 공연을 보던 중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노래에 환호하는 줄 알고 고개를 돌렸다 다시 무대를 쳐다봤다니까요. 그랬는데 주변에서 ‘어머’, ‘어떡해’라고 웅성거렸고 누군가 ‘119에 신고해’라며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도 들렸어요.”
김씨는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이 같이 설명했다.
사고가 난 뒤에도 잠시 공연은 계속됐고 이윽고 노래가 중단된 뒤 사회자의 ‘안전사고가 나서 공연을 잠시 중단하겠다’는 멘트가 나왔고 이미 환풍구쪽에 있던 김씨는 환풍구 덮개가 무너지며 옆 인도로 떨어진 2~3명의 관객들을 부축하고 있었다.
김씨는 또 “손을 허우적 거리며 떨어지는 수십명이 구할 새도 없이 수십미터로 떨어졌고 당시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는데 안전요원이나 진행요원은 보이질 않았다”며 “오히려 건물관리인 아저씨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사람들을 챙겼다”고 회상했다.
이어 “환풍구 주위에 넘어진 사람들을 챙긴 뒤 환풍구 밑을 봤지만 너무 깊어서 그런지 깜깜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순간 ‘모두 죽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김씨의 판단은 과장되지 않았다.
이 사고로 지하 4층 주차장으로 떨어져 버린 25명 중 16명은 현장에서 시신을 발견됐고 구조된 9명도 동맥출혈, 흉부골절 등 대다수가 중상을 입고 수술을 하거나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환풍기 옆에 있던 2명만 천만다행으로 가벼운 찰과상 정도를 입었다.
/양규원·민경화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