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뮤지컬… 추억 만드는 이색 졸업식 현장으로 GO!
2월은 졸업의 계절이다. 수년전 ‘폭력졸업식’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도내 각급 학교는 건전하고 아름다운 졸업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매년 졸업식 마다 새로운 형태의 졸업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학의 꿈을 이룬 노인들의 졸업식은 물론 장애아동들이 학교의 굴레를 벗어나 사회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는 졸업식도 열렸다. 뜻깊은 졸업식의 현장으로 들어가본다. <편집자 주>
|숙지초등학교| 아쉬움은 반! 기쁨과 감동은 2배!
졸업생·재학생 즐거운 ‘축제의 장’
지난 12일 수원 숙지초 강당에서는 즐거운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숙지초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1부 식전공연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연 프로그램을 기획, 졸업생 60명 모두가 단상에 올라 학교 생활의 추억을 가사로 만들어 비틀즈의 명곡 ‘Let it be’에 맞춰 불러 웃음과 감동을 자아냈다.
또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5학년 재학생 후배들이 깜찍하고 발랄한 합창과 단체 무용을 선보였다.
재학생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축하 공연과 더불어 밴드부의 반주에 맞춰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아쉬움과 슬픔이 흐르는 졸업식이 아닌 모두가 하나돼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
식전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졸업축하 영상’ 상영 시간이었다.
선생님들의 축하 메시지와 지난 6년간 정들었던 학교 곳곳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음악과 함께 펼쳐지자 몇 몇 학생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졸업장 수여식은 제18회 졸업생 60명 모두가 주인공이라 더욱 빛났다.
한 명도 빠짐없이 단상에 올라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았고 졸업식에서 일부 학생 만 돋보이는 각종 시상식은 전날 교장식에서 해당 학생들만 모인 곳에서 진행해 졸업식 당일에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축제로 진행됐다.
김진수 교장은 “단 한명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는 모든 졸업생이 기분 좋은 주인공이 되는 졸업식을 위해 교육가족들과 고민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숙지초를 졸업한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더욱 재밌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열흘 동안 연극 연습 ‘구슬땀’ 결실
오산 운산초등학교는 지난 12일 오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졸업 연극제를 열었다.
이번 졸업연극제는 6학년 국어과 연극단원의 프로젝트 수업 발표회로 초등학교 생활을 뒤돌아보고 울고 웃었던 학교에서의 추억들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자리다.
졸업연극제에는 6학년 학생들의 부모님을 초대해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다.
학생들은 졸업식을 앞두고 열흘 동안 매일 2시간씩 연극 수업을 통해 등장 인물의 성격을 탐구하고 분위기에 맞는 대사와 행동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 뿐만 아니라 연극에 필요한 음악, 소품, 진행 스태프도 역할을 나누어 6학년 학생 모두가 참여해 더욱 의미가 깊다.
박정훈 교사는 “졸업연극제는 학생들의 성취 욕구가 높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참여가 굉장히 적극적이었다”며 “학기 말에 자칫 허비될 수 있는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졸업식을 연극화하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혜학교| 장애학생들의 감동적인 뮤지컬 공연
학생들이 직접 꾸민 뮤지컬 ‘눈길’
수원시 탑동에 위치한 정신지체 장애학생의 교육기관인 자혜학교는 지난 10일 본교 화정다목적관에서 유·초·중·고교 및 전공과정 모두 37명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은 졸업장 및 표창장 수여, 추억을 담은 UCC 영상시청, 격려사,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자혜학교 학생들은 개개인의 가능성과 다양성 신장에 바탕을 둔 특수교육과정을 잘 이수해 졸업과 동시에 지역사회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됐다.
특히 올해 졸업식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음악과 노래, 무용을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뮤지컬 졸업공연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공연은 졸업생 뿐만 아니라 재학생, 교사, 학부모까지 함께 참여해 졸업을 축하하는 종합예술무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졸업생들은 ‘사랑하기에도 아까운 시간인 1분1초의 소중함’과 학교생활을 함께 한 친구 및 선후배 간의 진실한 마음을 관객에게 전하고자 ‘Season of love’라는 주제곡에 맞춰 멋진 공연을 펼쳤다.
김우 교장은 “앞으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이끌어 가는 새로운 졸업문화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70평생! 내 인생에 큰 보물!
만학 꿈 이룬 어르신 ‘뜻깊은 졸업장’
지난 13일 경기과학고 과학영재연구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졸업식에는 사회·경제적 이유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채 한 많은 날들을 보낸 80대 노인 등 만학도 399명이 초·중학교 학력을 인정받고 함께 배움의 기쁨을 누렸다.
이번 졸업식은 2013년부터 이어져 올해로 세번째다.
졸업자는 수원제일평생학교 등 23기관에서 초·중학교 학력인정 문해교육을 받은 학습자 399명이며 20기관 325명이 합동졸업식에 참여했으며 최고령자는 86세다.
졸업식은 1·3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졸업장을 받고 수원 매향중학교 합창단은 화음으로 축하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참석해 직접 졸업장을 수여하면서 경기교육 가족들의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이와 함께 지하1층 갤러리에서는 학습자의 작품 70점이 전시돼 이날 졸업식을 찾은 가족들이 뒤늦게 시작한 배움의 감격과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시와 그림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박연지(72·여) 졸업생은 “돌고 돌아 70평생에 이제 초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됐다. 내 세울 것 하나 없는 내 인생에 ‘졸업장’이라는 큰 보물을 가슴에 안게 됐다”며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한 것처럼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지만 꿈도 있다. 나도 글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비문해 성인들이 가정·사회·직업생활에 필요한 기초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초·중학교 과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일정 교육시간을 이수하면 해당 학력을 인정하는 제도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