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병탁
칼바람이 전깃줄 끊어버린다고 잉잉대고 있었다
동규 성님이 전화했다
나와라, 한 잔 허게
산곡한테 전화가 왔다
동규 성이 나오라고 하네
청계한테도 전화가 왔다
동규 성이 한 잔 허자고 하네
심상치 않다
염병, 뭔 날인가 알아야 뭐라도 준비하지
궁금증에 결국 전화했다
성님, 오늘 왜 모인대유?
오늘? 추운 게
〈2014 소금시 앤솔로지〉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것에 이유가 필요할까? 황홀한 순간을, 기가 막히게 아무 일도 없는 나날을, 견디기 힘든 권태와 고독을 나누고 싶어, 함께 있으면 따뜻해지는 사람들을 부른다. 만나야 할 핑계가 너무 많다. 추워서,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눈이 내려서, 꽃이 떨어져서, 혼자서 감당이 안 되는 울렁증 때문이다. 함께 만나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누리고 싶은 것이다. /신명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