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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여정(旅程)

여정(旅程)

                                        /원재길

늘 열려 있는 길

금곡이나 수색 지나면

숨이 풀리고 어깨도 힘이 빠지고

나무 그늘이나 하나씩 옮기면서



세끼 밥과 찌개에 묻혀 살지요

서류 더미 위로 나는 파리

쏟아질 듯한 빌딩 벽타일

네시 너머 창으로 엿보는 피로를



다 두고 떠나온 길

알아 그대도 뒤따라 올까

걸인인 마음 변두리 가게에 들러

잠시 땀 식혀 저린 다리를 풀며



칠월은 가난한 사람들

몸 하나씩 끌고 어디로들 가나

툭 먼지를 털고 노을에 손 저으며

저녘 빈들에 드는 저기 정다운 집들

 


 

시가 따뜻해 보인다. 도시의 정적을 삼아 쓴 직장인의 고단한 환경과 시인의 현실반영 같은 좋은 시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기억의 저편에서 언제나 자리를 하고 지워지지 않는 것이 추억이다. 도심지에도 봄은 있고 도시도 농촌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들이 어울려 알쏭달쏭 살아가는 곳 그 곳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슬픈 일들도 많고 외로운 일들도 많다. 슬퍼지는 건 대체로 우리가 혼자 슬픔을 견디고 있고 느끼는 주체성에 있다. 예술은 그런 경험을 표출하고 존재한다. 모든 걸 다 털어버리고 교외선에 몸을 맡겨 가까운 봄의 들판을 찾아볼 일이다. 쌓인 피로들이 조금이나마 걸터앉아 숨을 쉬고 싶은 까닭이다.

/박병두 시인·시나리오작가·수원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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