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김신혜, 강상훈, 류재형, 이제형 5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는 원숭이를 소재로 첨예한 문제의식을 우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김태연과 김신혜는 원숭이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했다.
김태연의 ‘12지생도’는 십이지 동물에 각기 부여된 속성을 현대의 직업군과 연결시켜 표현한 연작이다. ‘12지생도-신(申)’은 원숭이의 재주, 영리함이라는 속성을 학사모를 쓰고 합격증을 손에 쥔 박사의 모습으로 그려내며 믿음의 권위는 사라지고 기복적 욕망만 남은 세태를 꼬집는다.
김신혜는 바나나맛 우유와 정교한 공필법으로 그린 원숭이를 함께 그려냈다. 합성 착향료의 향을 맡고 몰려든 원숭이를 통해 인공의 향이 진짜 바나나 자리를 차지한 것을 빗대, 허구가 진실을 덮어버리는 현실을 풍자한다.
“원숭이는 인간, 곧 나를 보여주는 거울 속의 연기자”라고 밝힌 강상훈 작가는 앙상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미끄러운 바나나 껍질더미에 서 있는 원숭이를 완성시켰다. 이는 야생성을 찾아볼 수 없는 원숭이를 통해 무기력하고 거세된 현대인을 표현했다.
유인원(ape)과 신화(神化, Theosis)를 조합한 ‘Apetheosis’ 작품을 선보이는 이제형 작가는 작은 목각 로봇 집단 앞에 팔을 벌리고 서있는 원숭이를 표현했다.
마치 신처럼 서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탁 다리처럼 잘 다듬어진 원숭이의 팔과 다리, 찬장처럼 열어 젖힌 몸통은 목재 가구에 불과해 보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유인원에 불과한 인간이 신 행세를 하면서 로봇을 만들어내는 세태를 풍자한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