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사업 미확정 출연금 유보
관련업무 계약직 급여 못받아
궁여지책 자체 운영비로 지급
신규 채용자도 출근대기 장기화
경기도의 준예산 사태에 ‘을(乙) 중의 을’인 도 산하 공공기관 계약직 근로자들이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도의회 여야간 정쟁이 맺은 준예산 폐단이 청년 고용이 아닌 오히려 ‘청년 백수’를 양산하는 꼴이 된 셈이다.
26일 경기도와 도 산하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도는 올해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했다.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파행으로 도의회가 올해 도 예산안 처리 시한인 지난해 12월31일 자정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서다.
이에 따라 도가 추진할 각 사업들도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
준예산에 따른 사업 미확정이 원인이다.
이는 곧 도로부터 사업을 수탁받아 수행할 산하 공공기관의 연쇄작용으로 이어졌다.
특히 각 사업 예산 가운데 책정된 인건비를 받아야 할 공공기관 계약직 근로자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A기관의 경우 도의 준예산 사태에 따른 출연금 유보로 7개의 사업이 아직까지 ‘추진 미정’인 상태다.
이들 사업에 포함된 계약직 근로자만 60여명이다.
일부는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재계약됐고, 또 일부는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초 신규 채용됐다.
인력은 운용되고 있으나 해당 사업이 미확정이다보니 이들이 받아야 할 인건비도 ‘미정’인 상태가 됐다.
이들의 인건비 지급일은 다음달 초다.
B기관 역시 사업 지속을 위해 계약직 직원과 재계약을 체결했으나 사업 미확정으로 이 직원에게 줄 인건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나마 B기관은 궁여지책으로 자체 운영비로 계약직 근로자의 인건비를 돌려 막았다.
일부 계약직 근로자들은 공공기관의 채용절차에 응시, 합격을 했으나 같은 이유로 ‘출근 대기’ 상태다.
해당 기관이 사업 미확정으로 합격자의 출근일정을 확정치 못하고 있어서다.
도가 준예산 사태로 예산집행을 유보하고 있는 사업은 총 357개며 이들 사업의 예산 규모는 1천831억여원이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계약직들의 급여 해결을 위해 도에 인건비에 대한 출연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이미 채용한 계약직들의 출근을 막아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힘겨루기’가 사회적 약자인 계약직 근로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아무 소득 없는 이번 싸움으로 피해를 입는 건 결국 도민들인 셈”이라고 말했다./조용현기자 cyh3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