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할 상품 미처 못갖고 나와
발주계약 물품 취소·입금액 반납
거래처 잃는 것 사실상 시간문제
정부·도 지원책은 대출·상환유예
빚 내서 빚 해결식… 피해 보상을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도내에서만 38개 기업이 수십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빚더미를 떠안게 됐다.
1천580여명에 달하는 관련 기업 직원도 하루 아침에 예비 실직자로 내몰렸지만 정부와 관할 지자체가 내논 대책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14일 경기도와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총 123곳이다.
이 중 38곳이 고양·김포·파주·포천 등 경기도에 본사룰 둔 도내 기업이다.
업종별로는 의류, 화장품, 스포츠용품, 식품 등 생활용품을 비롯해 휴대폰 및 반도체 부품 등 기계까지 다양하다.
연매출 38억원 규모의 포천시 소재 중소기업 A사.
참기름 등 식물성기름을 취급하는 이 업체는 지난 2008년 개성공단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투자금만 30억원이 넘어선다.
그러나 지난 11일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으로 생산 라인 가동이 전면 중지됐다.
갑작스런 소식에 소속 직원은 도망치듯 공단을 빠져 나왔고 납품할 재고품도 미처 싣고 나오지 못했다.
A사 관계자는 “대처할 수 있는 시간도 없이 정부가 (중단 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업체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며 “거래처에서 이미 발주를 마친 물품들을 취소하고 계산까지 진행된 거래는 해당 금액을 물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A사는 피해액만 최소 5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며 직원 수만 38명에 이른다.
파주시 소재의 B사 역시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숙녀화 등의 물품을 대전에 납품하는 이 업체는 연매출 335억원 규모다.
B사 관계자는 “거래처들이 지금의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기다려줄리 만무하다. 거래가 끊기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고, 최악의 경우 영업중지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39명의 직원과 연매출 300억원대의 우량 중소기업이 정부의 손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같은 기업의 현실에 반해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있으나 마나다.
정부는 지난 12일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대출이나 보증 상환 유예 및 만기 연장 등을 해주기로 했으나 이는 토지이용권, 공장건물, 기계, 원료 등의 피해 보상은 없다.
결국 빚을 내 해결하라는 셈이다.
관할 지자체인 경기도도 마찬가지로 ‘남북경협’ 보험 미 가입에 따른 피해와 보험 보상급 초과 손실분 등을 도가 직접 나서 보전할 법률적·행정적 근거가 없다.
100억원 규모의 특별경영안전자금 지원 대책이 있으나 정부의 지원책과 중복되고, 단순히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융자 지원책에 불과하다.
경기도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의 독단적인 행동이 빚어낸 피해를 업체들이 모두 안고 있지만 마련된 대책 방안들이 입주기업들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대출방식의 지원을 넘어 보상 차원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현기자 cyh3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