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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마주한 인간의 본성 탐구 개연성 부족한 주인공들 연기 아쉬움

 

경기도립극단 연극 ‘들오리’

경기도립극단이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무대에 올린 ‘들오리’는 고전이 현재에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느끼기엔 부족했던 공연이었다.

헨리 입센의 1884년 작인 ‘들오리’는 평범한 인간이 진실을 얼만큼 견딜 수 있는지 검증하고자 복잡한 인간심리 내부를 파고든 작품으로, 김철리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은 현재에도 관통하는 고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 작품 무대에 올렸다.

베를레 집안의 화려한 파티로 시작되는 극은 베를레의 아들 그레거스와 친구 얄마가 17년만에 만나 회포를 풀며 이어진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얄마에게 지나를 소개시켜주고 사진관을 차려줬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레거스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그레거스는 자신의 집 가정부였던 지나가 아버지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것.

한편 사진관을 운영하며 발명에 몰두하는 얄마는 언젠가는 발명으로 이름을 알리겠다는 허황된 착각 속에 살아가는 인물로, 아내 지나와 아버지, 그리고 시력을 잃어가는 14살 딸 헤드빅과 함께 살고있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그레거스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얄마의 집에 들어가 그의 가족을 뒤흔들고 얄마는 베를레와 지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내를 증오하고 딸 헤드빅의 출생조차 의심하며 극한으로 치닫는다. 그 중심에는 들오리가 있다. 얄마의 집 컴컴한 다락방에 사는 들오리는 늪과 같은 얄마의 삶을 의미하는 것.

공연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을 때 인간이 느끼는 분노와 좌절을 말하고자 한다. 그러나 얄마의 가족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역할인 그레거스의 연기는 아버지에 대한 사춘기 소년의 반항인 듯 가볍다. 따라서 왜 그레거스가 그래야만 했는지 몰입하기 어려웠다. 아내에 대한 배신감으로 분노하던 얄마 역시 특별한 계기 없이 금새 수그러들어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하는 모습은 이해가 어려웠다.

진실을 마주하는 각각의 캐릭터에 일관성이 부족했고, 그 결과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증거로 자신이 아끼는 들오리를 죽이려다 목숨을 잃은 헤드빅의 죽음이 깊이 와닿지 않았다. 묵직한 고전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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