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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덕혜옹주의 흔적을 찾아서

 

 

 

영화 ‘덕혜옹주’가 연일 화제다. 역사왜곡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영화로 인해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오늘은 덕혜옹주의 흔적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덕혜옹주는 덕수궁에서 태어났다. 고종황제의 나이가 회갑이 되던 해에 태어났으니 고종황제의 늦둥이 딸인 셈이다. ‘덕혜’라는 이름 뒤에 옹주가 붙은 이유는 덕혜옹주가 고종황제와 후궁 복녕당 양씨의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덕혜옹주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 고종황제의 침전인 함녕전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아무리 예쁜 딸이지만 엄연히 궁중의 예법이 있을 진데,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는 덕혜옹주가 아버지 고종황제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덕혜옹주는 함녕전 온돌방과 대청마루를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서 행복한 유아기를 보냈을 것이다.

고종황제는 늦둥이 딸, 덕혜옹주를 위해 궁궐 안에 유치원을 만들었다. 준명당이 바로 덕혜옹주의 유치원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유치원이다.

고종황제는 덕혜옹주를 위해 선생님도 초빙하고, 혼자는 외로울까봐 함께 공부할 친구들도 초대했다. 그리고 유치원 입학식에도 친히 참석해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또한 어린 덕혜옹주가 혹시라도 유치원에서 놀다가 다칠까봐 준명당에는 난간도 설치했다. 물론 지금은 그 난간은 사라지고 없지만, 난간을 설치했던 흔적은 아직 남아 있다. 준명당으로 오르는 계단 위의 기단에 파여 있는 둥근 홈들이 당시 난간의 흔적들이다.

덕수궁에서 아버지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절은 고종황제의 승하로 끝이 난다. 8살이라는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덕혜옹주는 이후 창덕궁 관물헌으로 거처를 옮긴다. 관물헌은 3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의 본부로 사용했던 곳으로 현재 관물헌에는 집희(緝熙)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이 편액은 고종황제의 친필로 알려졌다. 어쩌면 덕혜옹주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 편액을 통해 달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덕혜옹주는 10살이 되자 일출소학교에 입학한다. 지금의 충무로 극동빌딩자리에 있었던 일출소학교는 일본인들을 위한 학교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덕혜옹주는 ‘복녕당 아기씨’로 불렸는데, 우리에게 알려진 ‘덕혜’라는 이름은 이 때 받았다.

소학교에 입학한 이후 14살이라는 아직은 어린 소녀였던 덕혜옹주는 동경유학길에 오르게 되고 이후 고국에 발을 다시 들이기 까지는 37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51세의 중년의 나이에 심신이 무너진 채로 1962년에 귀국을 한다. 덕혜옹주는 귀국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요양을 하다가 1967년에 창덕궁 낙선재에서 말년을 보내게 된다.

낙선재는 세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있다. 헌종의 사랑채였던 ‘낙선재’와 헌종이 사랑했던 여인 경빈 김씨를 위해 지어준 ‘석복헌’, 대비 순원왕후의 거처였던 ‘수강재’가 여기에 해당한다.

덕혜옹주는 세 개의 건물 중 수강재에서 머물렀다. 그러나 끝내 77세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덕혜옹주가 귀국해 수강재에 머무는 동안 이방자여사도 귀국해 낙선재에서 덕혜옹주와 여생을 함께 보냈다는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면서 덕혜옹주와 이방자여사는 서로의 상처를 보둠어주고 서로 의지했을 것이다. 덕혜옹주가 세상을 떠난 뒤 이방자여사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덕혜옹주의 뒤를 따라갔다. 낙선재는 덕혜옹주를 비롯해 왕실가족이 가장 최근까지 머물렀던 공간으로 덕혜옹주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낙선재 수강재에서 생을 마감한 덕혜옹주는 지금 남양주 금곡동 영원(英園)에 잠들어있다. 영화 ‘덕혜옹주’를 감상하였다면 영화속 덕혜옹주와 역사 속 덕혜옹주를 비교해보며 그녀의 흔적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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