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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엄마품 같은 미술관… 진새골에 ‘예술의 닻’ 내렸다

 

 

시각·사진 디자인 전공한 주상연 관장
2005년 미국 건너가 본격 사진 공부

이국적 건물로 예쁜 카페 같은 느낌
차갑고 중성적인 현대 미술관과 차별화
작은 정원·연못 등 어우러진 공간 만들어

매년 전시주제와 연결된 ‘깃’ 잡지 발간

목공방·도자공방 등 체험프로그램도 운영
어린이에 오감활용으로 창의성 개발 교육
“예술이란 자연과 호흡하는 것이 중요”


광주시 초월읍 닻미술관

광주시 초월읍사무소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십여분을 오르면 언덕배기에 ‘진새골 사랑의 집’ 입구가 보인다. 사회복지법인인 이곳은 교회를 비롯해, 농구장, 세미나실 등 6개의 건물이 마을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다. 울긋불긋 산을 수놓은 단풍을 넋을 잃고 감상하는 것도 잠시, 길의 막바지에 세워진 유럽식 건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흰 벽에 주황색 지붕, 아치형 대문까지 스페인에서 볼법한 이국적인 건물은 자연 속에 고즈넉히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평범한 주변 건물과 대비되는 예술적인 정취에 처음 들른 방문객은 건축에 관심많은 이가 지은 예쁜 카페로 오해할만하다. 보기만 해도 따뜻하고 아늑한 건물 안 모습이 여간 궁금한게 아니다. 눈을 돌려 대문 왼쪽 한켠에 조그맣게 적힌 ‘Datz Museum of Art’을 발견, 미술관이라는 말에 이 곳에서 어떤 전시를 만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 진새골에서 찾는 예술적 뿌리

이국적인 건물과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이름의 ‘닻’ 미술관.

배를 한곳에 멈춰두기 위해 줄을 매 물 아래로 가라앉히는 ‘닻’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예술적 공간을 만들고자 한 주상연 관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한국에서 시각디자인 및 사진디자인을 전공한 주 관장은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학했던 그는 자연속에서 머물며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주 관장의 할머니때 부터 살았던 광주에 미술관을 짓기로 결심한다.

푸른 숲과 어우러진 한적한 진새골이 마음에 들었던 주 관장은 진새골 언덕배기에 위치한 닻미술관을 통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예술적 체험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전시는 기본이고 건물을 지을 때부터 꼼꼼히 신경쓴 주 관장은 2010년 이국적인 모습의 닻 미술관을 개관했다.

차갑고 중성적인 느낌의 현대 미술관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건물을 고민했던 그는 가운데 중정이 있고 그 안에 나무와 연못이 있는 작은 정원과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마치 아이를 품듯 따뜻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유학했던 개인적인 향수도 담겨있다.

주 관장은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유학 당시 학교 건물이 닻미술관과 비슷했다. 높은 벽으로 둘러쌓인 마당의 나무로 떨어지던 아름다운 빛, 고요하고 아름답던 예술적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오고 싶었다. 또한 탁트인 외부에 비해 다소 폐쇄적인 내부는 자연을 좀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닻미술관은 단순히 예술작품만 감상하는 곳이 아닌 자연과 만나고 그 안에서 창조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닻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미술관이 위치한 환경과 닮았다. 달, 구름 등 자연을 비롯해 삶과 죽음, 고통과 절망 등 보편적인 주제로 전시를 기획한다.

이는 바람부는 카페테리아 앉아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편안하게 쉬다가는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주 관장의 미술관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 것.

주 관장은 “도심에 사는 이들이라면 현대적인 화이트큐브에서 어렵고 무거운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많이 봐왔을 것이다. 자연속에 있는 미술관인만큼 편하게 힐링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그렇다고 잠시 들렀다 가는, 기억에 남지 않는 미술관이 되고 싶진 않다. 보편적인 주제에서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양질의 전시를 늘 고민하고 준비한다”고 밝혔다.

개관전 ‘Press on’(2010)을 시작으로 ‘불안에 이르는 병’(2011), ‘순간의 지속’(2013), ‘숲, 숨’(2013), ‘바람과 볕이 드는 창’(2014) 등 한해에 3, 4회의 기획전을 준비, 보편적인 주제로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 3대 여성사진가 중 한명인 이모젠 커닝햄(imogen cunningham) 전시를 개최, 뛰어난 장인정신과 예술성으로 완성된 사진을 소개했으며, 2015년에는 무거웠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Darkness revisit’ 전시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한편 2014년과 2015년 두차례에 걸쳐 청소년 여름캠프를 진행, 14명의 청소년들과 6명의 멘토가 참여해 사진체험과 셀프포트레이트 과정을 체험하고 그 결과물로 구성한 ‘사진의 방, 마음의 창’ 전시도 개최했다.

주상연 관장은 “닻미술관은 예술을 통해 창조성을 회복하고 참됨, 선함, 아름다움을 질문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 창조적 영감이 발현되는 ‘깃’

닻미술관의 또 다른 특색은 전시를 한권의 책으로 완성해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다. 미술관에서는 전시가 진행될 때 마다 도록으로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닻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소개가 아닌 아티스트 토크, 주제와 관련 인물 인터뷰 등 전시 주제와 연결된 또다른 이야기를 예술잡지인 ‘깃’에 담는다. 한 해에 열리는 기획전시 중 하나를 선정, 매년 1권의 ‘깃’을 발행해 지면으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전시를 완성한다.

이는 사직작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진과 자료들이 정리되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주상연 관장의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주 관장은 “책은 단순히 수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닌 예술가들에게는 작품을 남길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북메이킹을 하는 친구가 있어 가치있는 것들을 소량으로 출판하는 독립출판의 개념을 공유하게 됐고, 서울에서 닻프레스를 함께 운영하며 예술책 제작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연상선에 있는 것이 ‘깃’이다. 닻이 중력의 중심, 예술적 뿌리를 의미한다면 깃(feather)은 뿌리에서 발현되는 창조적 영감, 자유로운 상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닻미술관과 ‘깃’이 긴밀히 연결돼 하나의 새로운 예술세계를 완성한다. 깃은 미술작품 책을 보듯 눈을 압도하는 표지는 물론이고 종이의 질감부터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신경쓴 티가 난다. 한번 보고 잊는 잡지가 아닌, 오랜시간 소장하며 보고싶은 예술작품 같다.

교육 프로그램도 알차게 운영된다. 자연 속에 있는 미술관의 위치적 특성이 한몫하고 있는 것.

미술관은 창조성을 회복해 삶을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질에 다가가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한 주 관장은 예술적 체험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몸을 이용한 공예적 체험에 집중, 목공방과 도자공방 등을 운영해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주상연 관장은 “어린 아이일 수록 오감을 활용하는 활동을 통해 창의성을 무한히 개발할 수 있다. 특히 예술적인 부분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 속에 위치한 닻미술관의 장점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야외 설치 작업으로 좀더 흥미롭고 다양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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