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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박형준

아버지 삼우제 끝나고

식구들, 산소에 앉아 밥을 먹는다

저쪽에서 불빛이 보인다

창호지 안쪽에 배어든

호롱불

아버지가 삐걱 문을 열고 나올 것 같다


- 박형준 시집‘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문학과 지성사


 

산소 주변으로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아버지 삼우제 끝나고 산소에 둘러앉은 ‘식구들, 산소에 앉아 밥을 먹는다’는 ‘ ’ 문장에 끼어있는 담백한 쉼표 하나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아들이 돌아올 시각, 저녁이면 바깥에 귀 기울이고 있었을 아버지, 오늘도 마중 나왔을 것인데…. 창호지 안쪽에 배어든 호롱불이 보인다. 노을이 마치 호롱불을 켜 놓은 듯하다. 그 호롱불이 흔들리고 삐걱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나올 것이다. 시인의 마음속에는 아직 아버지가 살아있다. 듬성듬성 떼도 마르지 않은 붉은 흙무덤 앞에 음식을 펼쳐놓은 채 노을 저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불그레한 눈빛이 보인다. /김은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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