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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부소산성 여행 2탄

 

 

 

부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낙화암과 삼천궁녀이다. 지난 여행에 이어 오늘은 삼천궁녀의 전설이 깃든 곳, 부소산성의 하이라이트로 여행을 떠나보자.

수혈주거지를 지나면 먼발치에서 바라봐도 멋진 반월루를 만난다. 반월루! 이름에서 느껴지듯 반월을 만날 수 있다. 반월루에서 만나는 반월은 부여를 휘감고 도는 반월모양의 백마강이다. ‘반월루’라는 이름은 부소산성을 ‘반월성’이라 부른데서 유래한다지만, 그보다는 2층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반월모양의 풍광과 더 잘 어울린다. 반월루 현판에는 정치인 김종필의 흔적이 남아있다.

반월루를 뒤로하고 부소산성을 계속 오르면 휴게소 네거리에 다다른다. 휴게소에서는 삼삼오오 모여앉아 파전에 막걸리를 한 잔씩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여행에서 좋은 사람들과 한 잔 하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일행이 많은 관계로 이번 여행에서는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휴게소를 지나 사자루로 향한다. 사자루는 부소산성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자루는 조선시대 부여 임천의 관아 정문이었던 ‘개산루’를 1919년 이곳으로 옮겨와 정자로 삼은 것이다. 가장 높은 곳이 지어진 것이라 사방이 막힘이 없어 조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사자루에는 앞 뒤 현판의 이름이 달리 걸려있다. 건물 앞쪽에는 ‘사자루’라는 현판이, 뒤쪽인 백마강 쪽으로는 ‘백마장강’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사자루’ 현판은 의친왕 이강이 썼다. 힘 있게 눌러쓴 현판은 애써 멋 부리지 않고 투박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멀리 부여까지 와서 왕실 인물을 접하니 무척이나 반갑다.

백마강 쪽의 ‘백마장강’ 현판은 해강 김규진 선생의 글씨이다. ‘백마장강’의 현판은 ‘사자루’와는 달리 부드러운 맛이다. 특히 ‘장(長)’에서 옆으로 길게 뻗어 흘린 선이 백마강을 연상시킨다. 한마디로 ‘사자루’가 남성적이라면 ‘백마장강’은 여성적이다. 양면성을 지닌, 반전의 맛이 있는 현판이다.

사자루를 지나 삼천궁녀의 전설을 지닌 낙화암으로 향한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패하자 삼천 궁녀가 이곳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했다는 일화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낙화암은 ‘타사암(墮死巖)’이라고도 불리며, 백제 멸망의 상징적인 곳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실제 낙화암에 가보면 삼천궁녀가 투신할 정도의 공간이 되지 않는다. 30명만 내려가도 발 디딜 틈 없이 좁디좁은 공간이 바로 낙화암이다. 실제로 삼천궁녀가 삼천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좁은 공간이지만 다른 일행들과 주거니 받거니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낙화암에서 떨어진 궁녀들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낙화암 위에는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삼천궁녀를 기려 1929년에 세워진 것이다. 삼천궁녀를 위한 곳은 부소산성에 하나 더 있다. 반월루에서 태자골로 조금 내려가면 궁녀사가 나오는데, 궁녀사는 삼천궁녀를 추모하기 위해 현대에 와서 세운 사당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10월 백제문화제기간 동안 제향을 지내고 있다.

삼천궁녀의 낙화암을 뒤로 하고 굽이굽이 계단 길을 내려가 고란사로 향한다. 낙화암만큼이나 유명한 곳이 고란사이다. 유명한 곳이지만 고란사가 어떻게 세워졌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다. 백제왕들의 정자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궁궐의 내불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삼천궁녀를 위로하기 위해 고려시대에 세운 절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고란사가 유명한 이유는 절에 있지 않다. 바로 고란초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고란약수에 있다. 고란약수는 백제의 임금님들이 즐겨 마시던 약수로, 고란사 주변에서만 자라는 고란초를 약수에 띄워옴으로써 고란약수임을 임금님께 증명했다. 고란약수는 한 잔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일까 언제가도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3잔 정도는 마셨으면 하는 욕심이 앞서지만 한 잔으로 만족하고 뒷사람에게 양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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