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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정릉에서 중종을 만나다

 

 

 

요즘 KBS드라마 ‘7일의 왕비’에는 연산군과 진성대군이 등장한다. 극중 진성대군이 훗날 중종이다. 드라마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중종은 반정에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반정에 성공한 중종은 과연 행복했을까? 오늘은 중종이 잠들어 계신 정릉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정릉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선정릉’이라 부르는 곳으로, ‘선정릉’은 선릉과 정릉을 한꺼번에 부르는 명칭이다. 선릉은 중종의 아버지, 즉 성종과 정현왕후가 잠들어 계신 곳이다. 왕릉의 왼편에 선릉이 자리하고 있고, 오른편에 정릉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왕릉은 대부분 좋은 길지를 가려 조성되었다. 그러나 흉지 중의 흉지로 꼽히는 곳이 바로 중종이 잠들어 있는 정릉이다. 정릉은 비만 왔다하면 물난리가 나는 지역이었다. 장마로 물이 불어나면 홍살문 근처에 배를 띄웠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니 굳이 풍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왕릉으로 조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리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릉은 선릉과 함께 도굴되는 수모를 당했다. 바로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1592년의 일로 도굴되는 것도 모자라 왕의 시신이 불에 타기까지 했다. 선릉에서는 불에 타다 만 뼈 잿더미들만이 나왔고 정릉에서는 염할 때 입혔던 옷이 벗겨진 시신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는 원로대신부터 중종의 얼굴을 한번이라고 봤던 사람들을 총동원했지만 결국은 확인하는데 실패했다. 결국 선조는 뼈와 타다 남은 재를 수습해 예를 갖추어 안장을 다시 했다. 선정릉은 조선왕릉 중에서 유일하게 왕의 시신이 없는 무덤인 것이다.

반정에 성공한 중종은 조선의 11대 왕으로 경복궁 근정전에서 즉위를 한다. 하지만 즉위 7일 만에 조강지처인 단경왕후를 궁궐에서 내쫓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고, 재위 기간동안 2명의 부인을 더 맞이함으로써 총 3명의 왕비를 두게 된다. 두 번째 왕비가 인종을 낳은 장경왕후이며, 3번째 왕비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명종을 낳은 문정왕후이다. 중종은 반정으로 즉위한 후 39년을 왕으로 살다가 창경궁 환경전에서 승하하지만 3명의 부인 중 그 누구와도 합장되지 못하고 지금은 나홀로 정릉에 누워계신다.

홀로 누워계신 중종이 안쓰러워서일까. 선릉과 정릉 중 유독 정릉에 더 마음이 간다. 재실에서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정릉의 홍살문을 마주하게 된다. 홍살문 바로 앞에서 홍살문 사이로 정자각과 정릉을 바라다보는 전경이 멋스럽다. 정릉에 가면 꼭 이곳 홍살문에서 참도에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바라다본다. 한참을 정자각과 능침을 바라본 뒤에야 한 발 한 발 참도를 따라 정자각으로 향한다.

정자각에 도착하면 정자각 문을 통해 능침을 올려다본다. 정자각 문의 사각형 프레임 속에 비춰지는 능침은 심플하면서도 멋진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정자각 옆으로 발길을 옮기면 사각형 프레임속의 능침은 사라지고 하늘을 도화지 삼아 능침과 주변의 소나무들이 펼쳐진다. 새롭게 펼쳐지는 그림들은 서울 도심의 빽빽한 심신을 한층 여유있게 만들어준다.

능침은 하계와 중계, 상계 세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하계에는 무석인과 석마가 자리하고 있으며, 중계에는 문석인이, 상계에는 능침과 능침을 지키고 있는 석양과 석호가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하계의 무석인이다. 무석인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부리부리한 눈과 크고 높게 들린 코, 두툼한 입술이 특징이다. 특히 투구를 쓴 머리 부분이 크고, 갑옷을 입었으며,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양쪽 귓불을 뚫어 귀고리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으며, 다른 부위보다 코 부위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코 부위가 훼손된 이유는 코를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선정릉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왕릉이다. 관람시간 또한 아침 6시부터 9시까지로 이른 새벽부터 저녁 야간 관람까지 가능하다. 7월에는 정릉에서 중종의 희노애락을 되짚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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