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핵실험으로 신흥 핵보유국임을 증명한 북한과 온갖 대북제재로 맞서며 군사적 해법을 언급하던 미국이 2018년 6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인의 관심이 북한에 집중되고 있다.
해외 언론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기에 여전히 낯설고 비밀스러운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와 주목을 끈다.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은 프랑스의 북한 전문가 두 명이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 시절부터 남북한은 물론 중국·동남아·러시아·일본 등에서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한, ‘북한 입문서’다.
북한의 역사·정치·지정학·현실·경제·사회와 문화·선전 등의 주제를 아우르는 책은 변화의 물결이 시작된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한다.
책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권력 구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의 과정, 권력자들의 통치 스타일 및 이미지 특성, 핵 개발의 역사와 진행 과정, 소비사회와 시장경제의 출현, 주민들의 일상 등 북한 사회를 제대로 알기 위한 핵심 내용을 고루 다룬다.
또한 1990년대 말, 북한에 닥친 최악의 기근으로 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뒤흔들리던 시기로부터 비롯된 북한 사회의 변화를 상세히 담고 있다.
개방·통상·구매·투자·저축이 행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북한은 소비사회와 시장경제가 출현 중이며 출신 성분에 따라 거주지·교육·직업·결혼까지 엄격히 관리하던 성분제도도 무너졌다.
오늘날 돈주의 신전이라 할 평양의 신구역은 고급 주택과 쇼핑몰이 늘어서 있고, 상해나 싱가포르의 대로변 같은 호사스러움을 자랑하고 있다.
책은 이같은 북한의 변화들을 상세히 소개할 뿐 아니라 북한의 주민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젊은이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는지, 교육과 의료 체계는 어떠한지, 오늘날 북한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주민들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이 핵개발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룬다. 저자들은 북한의 핵개발 의도에 대해 서방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에서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한결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이성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의 지도자(김정일, 김정은)가 언제라도 도발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한국, 일본, 미국 언론의 주장에 대해 ‘평양에 실질적으로 그럴 능력이 없다’고 밝힌 저자는 책을 통해 서구의 편향된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자’고 강조한다.
아울러 저자들은 북한의 진정한 의도와 도발 속에 숨은 논리를 밝혀낼 뿐 아니라 북한이 체제보장을 위한 협상 테이블을 바라고 있음을 책을 통해 밝힌다.
세계인의 이목이 북한에 쏠린 지금,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은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