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마을
/김종삼
서까래 밑으로 쌓여진 굳어진 눈도
지붕너머 포플라나무 중간에 얹혀진 까치집도
등성이도 공동묘지도 연인의 흔적이다
- 시집 ‘평화롭게’ / 고려원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것이다. 연인이 있던 자리, 그가 사는 마을, 그가 걸었을 모든 거리들이 다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을, 찬바람에 굳어버린 눈도 포플라나무에 얹힌 엉성한 까치집도 공동묘지도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이 닿았을 정경 아닌가 그사람과 연관된 모든 것이 갑자기 빛을 발하는, 그래서 사랑은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께다.
/최기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