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하재연
열 마리 모래무지를 담아두었는데
바다로 돌려보낼 때
배를 드러낸 채 헤엄치지 못했다고 했다.
집에 와 찾아보니
모래무지는 민물고기라고 했다.
누군가의 생일이라 쏘아 올린 십 연발 축포는
일곱 발만 터져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다고
노란 눈알이 예뻤는데
물고기는 눈을 감지 못하니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고 했다.
- 하재연 시집 ‘우주적인 안녕’
물고기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것을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한(恨)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살았을 때 눈을 감으면 죽어야 하는 물고기의 기준으로 보면 그것은 한(恨)이 아니라 복(福)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온통 모르는 것들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우주적 기원이나 생명 탄생의 근원과 그 의미 같은 데까지 가면, 열 발 중 일곱 발만 터진 것이 행운인지 불운인지, 나아가 그러한 무지가 행운과 불운은 또 무엇인지에까지 이르게 되면 막막할뿐더러 삶 자체가 까마득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노란 눈알이 예쁘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줄 안다. 그 아름다움이 ‘사랑’ 속에서라면 삶은 제법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