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 있다. ‘책임지기’를 거부한다면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져 행복한 부부 생활을 기대할 수 없다.

생각이 없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인다. 생각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생각이 없다는 말은 생각이 필요한 상황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좋은 부부 관계를 위해 우리는 ‘생각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가끔 이런 후회를 한다. ‘그때 왜 그렇게 바보같이 생각했지?’,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생각을 잘 한다는 것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과거를 후회하는 이유는 그 순간 생각하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생각해야 할 책임은 24시간 동안 정신이 깨어있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 상황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운전에 익숙해지면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해 생각을 하고 대비를 한다. 만약 음악이나 대화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사고가 발생했다면 생각해야 할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

연애 초기에는 많은 생각을 한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할지 생각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기 위해 생각한다. 심지어 서로 떨어져 있어도 그 사람을 생각한다. 어느 정도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부부가 되면 연애 초기처럼 많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이미 많은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하다는 이유로 생각하기를 멈추면 부부 사이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작은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부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부부는 서로 대화할 때 온전히 그 순간에 존재해야 한다. 나의 말과 행동이 배우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하고 배우자의 말과 행동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주제나 서로 불편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대화하거나 배우자가 평소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바로 생각해야 할 책임이 필요한 순간이다.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복권에 당첨될 수 있다. 바로 복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꿈을 꾸었다 하더라도 복권이 없으면 당첨도 없다. 생각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초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부부 관계를 위해 우리는 ‘행동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것을 대신 이루어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대화하는 순간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행동도 선택할 수 있다. 부드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강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배우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도 있고 중간에 말을 자르고 내 이야기만 할 수도 있다. 정중하게 부탁할 수도 있고 강요할 수도 있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이다.(Nous sommes nos choix)”라는 말처럼 한 사람은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좋은 부부 관계를 위한 마지막 책임은 ‘인정해야 할 책임’이다. 항상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는 실수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면 잘못된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고 같은 결과를 불러온다.

실수가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못된 방식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방식이 반복되는 이유는 그것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수에서 나의 이야기를 찾을 때 우리는 그것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그 경험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찾는다면 나의 경험이 아니다. 내 경험에서 타인을 찾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자기를 인정할 때 우리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 행동, 인정의 책임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