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3 (화)

  • 구름조금동두천 24.1℃
  • 흐림강릉 27.5℃
  • 서울 25.9℃
  • 흐림대전 27.5℃
  • 흐림대구 27.5℃
  • 흐림울산 28.2℃
  • 흐림광주 27.2℃
  • 흐림부산 27.2℃
  • 흐림고창 27.9℃
  • 구름많음제주 27.8℃
  • 맑음강화 24.0℃
  • 구름많음보은 26.6℃
  • 흐림금산 26.8℃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8℃
  • 흐림거제 27.6℃
기상청 제공

[강박사의 시선]프로타고라스 딜레마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말을 남긴 프로타고라스는 당대의 뛰어난 변론가였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찾아와 제자가 되겠으니 받아 달라고 했다. 다만 수업료는 학업을 마친 후 자신이 송사(訟事)의 변론을 맡아 이기는 경우에 한해서 내겠다는 제의를 했고 제자로 받아 들였다.

이 제자는 학업을 마친 후에 한참을 기다려도 송사의 변론을 맡지 않았고, 더불어 수업료를 받지 못하게 된 프로타고라스는 제자를 상대로 수업료 지급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제자에게 “내가 소송에서 이기면 국가의 법에 따라 수업료를 받게 되고 지게 되면 이전의 약속에 따라 수업료를 받게 된다. 그러니 어느 경우라도 나는 수업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제자는 “제가 소송에서 이기면 역시 국가의 법에 따라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지게 되더라도 역시 처음의 약속에 따라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저 역시 어느 경우에라도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서로의 입장과 견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러한 경우를 두고 ‘프로타고라스의 딜레마’라고 한다. 이러한 딜레마는 오늘에도 재연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을 내세우고 상대의 입장과 생각에 대하여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치권에 회자되는 사자성어 같은 단어가 있는데 바로 ‘내로남불’이다. 이 단어는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만들어진 단어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줄여서 사용한 것이다.

이는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타인이 한 것에 대해서는 질책과 정죄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 신조어가 쓰이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같은 잣대로 모든 상황을 볼 수 있어야한다는 교훈을 담은 뜻으로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의 태생적 배경처럼 정치권을 비롯 흔하게 쓰이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나타내는 것 같다.

고전에 ‘반구저신’(反求諸身)이라는 말이 있다. 중용에 나오는 구절로서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활쏘기는 군자의 태도와 비슷함이 있으니 그 정곡을 맞히지 못하면 돌이켜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여기에서 유래한 반구저신은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서 고쳐 나간다”는 의미이다.

과녁에 맞추기 위해서는 먼저 흔들림 없는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손의 떨림 없이 과녁을 향해 시위를 힘껏 당겨야 한다. 그럼에도 때로는 화살이 표적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기도 하고, 엉뚱한데 꽂히거나 과녁에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는 대부분 자신의 능력이나 잘못된 자세, 집중도에 그 원인이 있는데 사람들은 활의 성능이나, 바람을 탓하기도 하고, 주변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먼저 생각하고 힘들고 불리한 상황은 피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잘되면 내 탓이요 잘못되면 조상 탓 이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다.

정치적 이념과 진영의 논리에 따른 이분법적인 판단으로 서로에 대한 책임전가와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상대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론 자신의 부덕함과 잘못된 언행에 대하여 조차 이념과 진보의 논리를 적용하고 자신의 부족함과 흠에 대하여는 상대의 잘못된 생각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우리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 요인 중 사람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언행에 책임지는 사람, 내 탓이라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그만큼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바라기는 틀림과 다름에 대해서 구분하는 지혜와 상대의 입장과 처지를 측은히 여기는 것과 자신의 언행과 생각을 돌아보는 마음의 조화로움이 필요한 때라 생각된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