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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 시선]참회(懺悔)의 글

 

 

 

 

 

근래에 들어 자서전(自敍傳)을 많이 써 출간들 한다. 자서전이란 자기가 쓴 자기의 일생의 사적(事蹟)을 기록한 글이다. 삶에 대한 솔직한 서술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자서전들이 우리에게 많이 읽혀왔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5세기경에 출간된 아우구스티누스의 종교적인 회고록과 18세기 후반, 루소의 자연예찬의 고백록이다. 이 책들은 이젠 고전이 되었다.

한국에도 많은 자서전이 있는데, 우선 여류들의 한(恨)이 서린 글들이 눈에 띈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閑中錄), 한산 이씨의 고행록, 풍양 조씨의 자기록, 광주 이씨의 규한록(閨恨錄)이 그것들이다.

이와는 달리 국보급의 자서전이 있다. 하나는 국보 제76호로 지정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있고, 또 하나는 보물 제1245호인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이다.

전자는 병영에서 쓴 일기로 다양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 엄격한 병영생활, 나랏일에 대한 정직한 느낌, 부하들에 대한 상과 벌, 가족, 친지, 내외의 인물들에 대한 일들을 기록했다. 또한 신변잡기 같은 얘기나, 고민 따위를 적기도 했다.

후자인 백범일지(白凡逸志)는 상·하 2권 1책으로 되어 있다. 상편은 김인, 김신, 두 아들에게 쓴 편지 형식인데, 상해 임시정부에서 1년 정도 애쓴 독립운동을 회고하고 있다. 하편은 1932년 상해를 떠나 중칭(重慶)으로 임시정부를 옮기면서 해방될 때까지의 독립운동 투쟁을 기록하였다.

그 밖에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옥중에서 서술한 ‘안응칠 역사(歷史)’가 있고, 윤동주의 시 참회록이 있다. 전자는 안의사가 사형선고를 받고 자필로 여순 감옥에서 쓴 것이고, 윤동주의 참회록은 이와는 달리 시 형식으로 썼다. 둘 다 값어치 있는 자서전이라 하겠다.

안응칠은 안 의사의 아명으로 6차례 재판을 하는 동안 전혀 굽힘이 없었다. 이등박문(伊藤博文)을 저격한 일은 자기 개인으로서가 아니고,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자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하니 전쟁포로로 취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으나, 일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詩)로 된 윤동주의 참회록은 일제시대를 살고 있는 자신이 한스럽고 죄스럽다고 했다. 그리하여 참회한다고 했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王朝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

윗글에서 보듯이 삶이 치욕이라고 자학을 한다. 선조에 대한 분노마저 피력하는 듯도 하다. 이러한 식민지에서의 삶에 대한 회한은 계속된다.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는가.

여지껏 살아온 세월은 희망도 기쁨도 없다는 것이다. 그 삶은 죄악이라고 피력하며 후회하고 참회한다고 했다. ‘한 줄에 줄이자’는 무의한 삶을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말미의 싯귀는 거의 절망적이다.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슬픈 사람’이란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이 시는 조국광복을 내면으로 염원하며 식민지 하의 자기의 모습은 볼품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모든 자서전은 누구를 의식해서 쓴 것이 아니다. 뜻 있는 사람이 읽고 기개를 드높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역사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올바른 길이었다고 믿었던 길도 다른 길이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기적이고 운명이란 공동체가 두 갈래로 흩어져 무당처럼 어수선하다. 복지는 우선이지만 단계적인 복지(福祉)라야 한다.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얼굴들은 강자에게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공격적인 현실이다. 사람들의 식견과 지혜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참회와 성찰(省察)의 문을 열어두어야 할 때다. 정직(正直)하게 살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정직하지 못한 일로 상처를 주었다면 책임지고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함과 아울러, 인문정신을 돌아보는 참회(懺悔)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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