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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오늘제소리]종두법으로 아이를 구한 박제가와 정약용

 

20년 전만 하더라도 비디오를 틀면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마마는 천연두의 다른 이름이다. 두창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감염성 질병인 천연두를 앓으면 열에 서넛이 죽었고, 살아남아도 얼굴은 곰보가 되었다. 포천은 한국 최초로 천연두를 치료했던 고장이다. 포천 영평초등학교 교정에 이를 기념하는 비가 서 있다.

일찍이 북경을 방문해 중국의 선진문물을 목격한 박제가(1750~1805)는 <북학의>(1778)를 지어 조선을 부강하게 하는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정조의 특채로 규장각 검서관으로 일하던 박제가는 1786년 정월, ‘병오소회’를 국왕에게 올렸다. 이때 박제가는 서양 선교사들을 조선에 초빙하고 이용감을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국가에서 관상감 한 부서를 운영하는 비용을 들여서 그 사람들을 초빙하여 머물게 하고, 나라의 인재들로 하여금 천문과 천체의 운행, 악기나 천문관측 기구의 제도, 농잠, 의약, 기후의 이치 및 벽돌을 만들어 궁궐과 성곽과 다리를 짓는 방법, 구리나 옥을 채굴하고 유리를 구워내는 방법, 화포를 설치하는 법, 관개하는 법, 수레를 통행시키고 배를 건조하는 방법, 나무를 베고 바위를 운반하는 법, 무거운 것을 멀리 옮기는 기술을 배우게 하십시오. 그러면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나라를 다스리는데 알맞게 쓸 인재가 넘치게 될 것입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798년, 영평 현령으로 재직하던 박제가는 ‘진북학의소’를 올려 정조에게 과감한 개혁에 나설 것을 다시 촉구했다.

이 무렵 박제가는 천연두를 치료하는 종두법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하늘의 뜻이었을까, 이 무렵 그와 절친하게 지내던 정약용(1762~1836)도 종두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마마를 앓아 눈썹이 세 갈래가 돼 호를 ‘삼미자’라 지었던 정약용은 자녀 아홉 중에서 여섯을 천연두로 잃었다.

1800년 봄, 박제가는 벼슬을 벗고 남양주 마재 고향집에 있던 정약용을 찾아갔다. 지난 해, 중국에서 전해진 전염병으로 정조를 보좌하던 대신 김종수와 채제공이 차례로 사망했기에 정국도 불안하던 때였다. 이 자리에서 박제가는 정약용도 같은 연구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함께 연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약용은 박제가가 보내준 자료와 자신이 가진 자료를 비교 검토하여 만든 책을 박제가에게 부쳤다.

박제가는 이 책을 받아보고 확신을 갖게 되었다. 직접 종두를 시술하기로 결심한 박제가는 관아의 관리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리며 도움을 청했다. 이때 관아의 이방이 앞장섰다. 박제가는 북경에서 들여온 종두[백신] 하나를 구해 이방의 아이에게 접종했다. 이어 관아의 노비의 아들과 자신의 조카에게 종두를 접종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접종을 거듭하면서 종두가 좋아졌다. 박제가는 이 종두를 친하게 지내던 포천의 의원 이종인에게 전달하며 치료법을 알려주었다. 이종인은 사또 박제가의 지원을 받으며 종두를 접종하여 고을 전체가 천연두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은 박제가는 이종인에게 한양으로 가서 시술할 것을 권했고, 이종인은 한양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살려냈다.

그러나 그해 여름, 정조의 서거로 정순왕후가 수렴청정하면서 노론 벽파가 조정을 장악하고 이듬해 봄에 신유사옥을 일으켰다. 이때 정약용과 이종인도 천주교도라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가을에는 박제가도 집권세력을 비방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정약용은 전라도 강진에, 박제가는 함경도 종성에 유배되었다. 이종인의 투옥으로 천연두 백신 종두도 끊어졌다. 1807년 강진에서 유배를 살던 정약용은 반가운 소식을 듣는다. “상주에 있는 의원이 종두를 접종하는데 100명이 접종해 100명이 완치돼 큰 이익을 얻었다.”는 소식이다. 이규경이 지은 백과전서 <오주연문장전산고> ‘종두변증설’에도 박제가의 종두법이 포천의 의사 이종인을 통해 경상도로 전해진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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