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레시피
/김경엽
저물녘, 국수를 삶았다
맑은 노을에 헹구었다
방금 새가 날아간 가지가 흔들렸다
가느다란 새의 발가락이 떨어뜨린
몇 잎의 적막
고명 대신 적막을 주워 국수 위에 얹었다
고소한 적막과 담백한 노을 맛이
새가 떠난 허공과 잘 버무려질 때
누군가 골목길에 두고 간 자전거처럼
지상의 쓸쓸함이 환하게 켜지는 저녁
■ 김경엽 1961년 강원 원주 출생으로 고려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해, 평론집 <중국식 표정>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