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몰린 바다
/전영란
우리 동네 해남읍 복평리
바다로 달리던 유년은 어디쯤 있나
농게 집을 점령한 낙지가 평수를 늘리고
서리 내릴 때부터 봄이 필 때까지 잠자던 짱뚱어는
부드러운 바람을 감고
온몸으로 개펄에 시를 썼다
수런거리던 조개들
바스락바스락 사랑을 나누면
때에 맞춰 사람들은 바구니를 들고 바다로 나갔다
그 사랑을 먹고 우리 키는 훌쩍 자랐다
해초와 산야초가 입 맞추는
바닷가 비탈에 서서 나는
밀려갔다 밀려오는 파도의 말에 귀 기울였다
지도를 바꾸겠다고 달려든 사람들
불도저와 포클레인을 불러들여
안절부절못하던 바다는
제 몸의 무게만큼 새 땅을 머리에 얹었다
낙지 짱뚱어는 먼 곳으로 이사 가고
바지락 꼬막 석굴은 씨를 남기지 않았다
내몰린 바다, 방조제 밖으로 물러가며
내 가슴으로 가득 밀려왔다
■ 전영란 1955년 전남 해남 출생. 방송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창조문학 시 부문에 등단했다.들소리 문학상, 동서 커피문학상, 이동주문학상, 청향문학상을 수상했고, 산문집 ‘사랑을 묻길래’, 시집 ‘바람소리’외 2권을 등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