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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추석에도 묵묵히 일하는 경비원들

순찰·분리수거·청소 등의 업무 소화
경비원들 “힘들어도 보람·행복“

“남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일이니까요.”

 

바쁘고 치열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하는 풍성한 한가위. 이날에도 어김없이 일터로 나서는 이들이 있다.

 

1일 오후 7시 30분 수원시 영통구에서 경비원 생활을 하고 있는 60대 A씨는 오늘도 묵묵히 혼자 밥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 메뉴는 조촐했다. 집에서 싸온 된장국과 멸치볶음이 전부다.

 

A씨는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게 습관이 됐다”며 “이만하면 진수성찬이다”라고 말했다.

 

밥 한 숟갈을 채 뜨기도 전에 벨이 울린다. 문을 열어달라는 주민 민원이다. A씨는 신원을 확인하고 출입문을 열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식사시간이 사치라고 하는 A씨.

 

그는 “밥을 먹다가도 아파트 단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항상 긴장한 상태로 근무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매 순간 업무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끼니를 대충 해결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명절에 기승을 부리는 도둑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순찰에 나섰다.

 

그는 굳게 닫힌 집 문도 한 번씩 들여다보거나 손으로 밀어보기도 했다. 아파트 내부 순찰을 마친 뒤에는 화단과 주차장 등의 외부 순찰도 진행했다.

 

A씨는 “경비원 생활을 10년 넘게 한 결과, 사람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명절 연휴에 도둑이 가장 많다”며 “그래서 명절만 되면 괜히 긴장돼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비록 추석에 근무를 하고 있지만 A씨는 순찰을 도는 내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는 “저로 인해 주민들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면서 “주민들이 음료나 음식들을 가져다주는 걸로 고마움을 표현할 때마다 행복과 보람을 느껴 홀로 근무하고 있어도 씁쓸하지 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A씨가 자랑하듯 냉장고를 열어보였다. 그 안에는 실제로 주민들이 가져다 준 음식, 음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것들이 내 노력의 결과다. 요즘은 냉장고 채우는 재미로 산다”며 흐뭇해 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수원 팔달구 한 아파트에서도 경비원 B씨가 분리수거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분리수거장에는 오늘 하루 동안 각 가정에서 내다버린 종이 박스와 플라스틱, 병, 캔, 폐가구 등이 즐비해 있어 혼자 정리하기에는 다소 벅차 보였다.

 

B씨는 “요즘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을 많이 시켜서 그런지 폐기물이 많이 나온다”며 “전보다 수거량이 많아져 힘든 건 사실이지만,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재활용 폐기물 정리를 마치고는 주변에 흩어져 있던 재활용 폐기물 잔여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잔여물만 정리하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이내 빗자루를 이용해 떨어진 나뭇잎까지 모두 쓸어 모았다.

 

그는 “이렇게 지저분하면 주민들이 불편해 할 수 있는데, 이걸 최소화시키는 것이 우리 경비원들의 일”이라고 말했다.

 

 

경비원들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힘들어서 포기할 법도 한 근무환경이지만 이들은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A씨는 “몇 번이고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끝내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됐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며 “이렇게 나이를 먹고도 주민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B씨도 “어떤 직업이나 다 똑같겠지만, 솔직히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하는 직업”이라면서도 “그래도 책임감을 갖고 주민들이 최대한 안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떳떳하게 번 돈으로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 하나 사 먹을 수 있으면 그게 행복 아니냐”고 되물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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