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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덕성 검증’ 비공개…사전검증 시스템 구축부터

자료 제출 버텨 시간만 넘기는 관행도 차단해야

  • 등록 2020.11.20 06:00:00
  • 13면

지난 2000년에 도입된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착돼가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첫 번째가 공직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한사코 기피하면서 시간만 끄는 행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소위 ‘도덕성 검증’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까발려지는 문제다. 이 문제는 인재들이 공직 진출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하면서 진작부터 개선돼야 할 병폐로 지목돼 왔다.

 

여야 정치권이 청문회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바꾸기로 방향을 잡은 것은 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잘못하면 공직자 자격의 도덕 기준점을 떨어뜨려서 말도 안 되는 적폐형 인사들이 고위공직을 장악하게 되는 망국적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있다. 제도의 취지를 더욱 살릴 수 있는 대안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함부로 바꿈으로 인해서 오히려 퇴보를 불러오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무차별적 공격조와 낯두꺼운 방어팀으로 나뉘어 도덕성 난타전만 벌이다가 청문보고서 채택을 포기해버리고, 인사권자는 청문회에서 무슨 소동이 벌어졌거나 말거나 임명을 해버리는 일이 관행처럼 돼버린 게 현실이다. 자칫하면 도덕성 비공개가 인사권자의 독선만을 강화해주는 역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 절차를 생략해도 될 만큼 완벽한 사전검증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공직자 인사청문회의 선진국인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백악관인사팀·공직자윤리국·연방수사국(FBI)·국세청 등이 수개월에 걸쳐 후보로 검토되는 인사의 신상을 말 그대로 탈탈 턴다. 여기서 문제가 없어야 비로소 정책과 능력을 검증하는 의회 청문회에 설 수 있다. 말하자면 청문회에 등장한 인사는 누구라도 이미 강력한 도덕성 검증 세탁기를 통과한 인물인 것이다. 그동안 조금은 갖췄다고 하지만 우리의 시스템은 도무지 미덥지 못하다.

 

인사청문회 과정은 물론이고 고위직에 오르고 나서도 뒤늦게 정치권과 언론의 도덕성 검증 그물에 걸려 민심을 어지럽히는 사례가 즐비하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 회동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방향과 TF 구성에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정치권 안팎에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금 방식의 인사청문회가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 기피, 논문 표절 등과 같이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후보자들을 걸러내는 기능을 나름대로 해왔다고 믿는다. 결국은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처리하면 임명권자만 편안하게 될 것이라는 의심도 없지 않다. 이 정권 들어서 국회의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고위 공직자는 무려 23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망신 주기 청문회가 만연해 유능한 인사의 공직 기피, 정치 불신 조장, 국회 파행 등 부작용이 초래되는 모순을 방치할 수는 없다. 개선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계가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되 검증 수위는 한층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정쟁적 시각에서 공직 후보자를 난도질하는 행태는 완전한 후진국형이다. 흠결 없는 원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서부터 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