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9월,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선 국제결의안으로 ‘북경행동강령’이 채택됐다. 이를 통해 ‘여성의 권리는 곧 인권’이라는 개념을 알리는 동시에 젠더, 평등 등의 표현을 확립, 국가정책수립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성주류화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그렇게 벌써 25년이 흘렀다. 그동안 경기도의 모습은 어땠을까?
전국 인구수의 25.4%(13,103,188명), 이 가운데 49.3%(6,468,082명)가 여성인 경기도는 그동안 수많은 이행과제들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특히 ‘성평등’이라는 가치 실현을 위한 우수사례들을 배출하기도 했는데 ▲경기도민이 체감하는 성주류화 전략 조성 ▲성평등 경제 실현을 위한 경기도 정책 ▲젠더폭력 방지 및 평화정책 추진을 통한 생활 속 성평등 실현 등이 그것이다.
도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정책의 성주류화를 목표로 삼았으며, 공무원의 성 인지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타 지자체에 앞서 시작한 바 있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공공기관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는가 하면 젠더갈등 해소를 위한 도민 참여 젠더거버넌스 운영에도 나섰다. 민선7기 공약사항인 ‘성평등옴부즈만 설치’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해 7월 1일 평화부지사 직속 인권담당관 산하에 성평등옴부즈만지원팀을 신설, 성희롱·성폭력 사건 조사 및 판단, 피해자 보호조치, 재발방지대책 등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게 했다.
이 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사업은 미래 세대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젠더공감 2030’다.
청년들의 사회참여 기회 보장과 권익 증진을 위해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는 등 체계적인 청년 정책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도의 행보에 가장 중심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재)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원장 정정옥)이다.
경기도의 성평등 수준은 2014년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며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2019년 중상위권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성평등 의식·문화 영역은 여전히 하위권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정책 또한 대체로 일자리 창출과 복지, 등 직접 지원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지속가능한 청년들의 역량 개발과 청년 문화 창출을 비전으로 한 젠더거버넌스센터를 설치, 청년들이 정책 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2020년, 청년지역 양성평등 문화혁신 사업인 '프로젝트 젠더공감 2030'의 구성과 운영도 이러한 이유에서 출발했다. 지난해엔 지역 성평등 환경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대학(원)생들의 성평등 소모임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정정옥 원장은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도내 청년들의 성평등 정책 및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역량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이를 기반으로 젠더 관점에서 경기도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함은 물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프로젝트 젠더공감 2030'은 지난 7~8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프로젝트 수행에 관심이 있는 청년 팀 또는 단체를 모집해 선정했고,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해 회계 교육과 사업에 대한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내용 및 운영 과정의 성인지성 도모를 위한 교육도 함께 이뤄졌다.
그리고 이후 11월까지 실무 담당자의 상시적 멘토링을 받으며 각각의 미션을 완성해 나갔다. 월 1회 이상의 글과 영상, 웹툰, 카드뉴스 등을 통해 활동 프로세스를 기록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자신들만의 공유에서 끝나지 않도록 말이다.
이번에 선정된 팀과 사업은 ▲담장넘어 '성평등 인식 개선 광고' ▲붉은 몫소리 '지역에서 살아가는 2030 청년들의 삶을 담은 도서 발간 ▲시네-물 '페미니즘 영화 상영회 및 토크 ▲울림 '내가 가장이다, 2030 청년 여성 ▲컨티뉴어 '여성 개발자 파티 모집! ▲핸드스프링 '핸드스프링 단편영화 제작 등이다.
이들은 최근 각 팀의 참여 소감과 프로젝트 내용, 결과 등을 인터뷰 또는 집담회 형식의 영상을 제작하며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붉은 몫소리 박명선 팀장은 "독립출판의 전 과정을 배울 수 있었고,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강의, 그리고 성평등 교육까지 우리만의 역량으로는 진행할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했다"며 "그 속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도 너무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지역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청년들이 본 사업에서 공통의 문제의식을 가진 청년들과 함께 활동함으로써 상호 내면의 힘을 끌어내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특히 모든 과정이 성평등 관점에서 진행, 지역 성평등 문화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업 운영 과정에서 보여준 청년들의 열정과 패기에서 비롯된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이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되길 기대해본다. (자료=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제공)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