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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가구 1주택’법…취지 좋지만 ‘설익은’ 접근

‘매매차익 중과세’ 등 다른 입법수단 동원이 정공법

  • 등록 2020.12.24 06:00:00
  • 13면

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발의한, ‘1가구 1주택’을 주거의 기본원칙으로 정하는 법안이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도무지 잡히지 않는 부동산 불안정성 해결을 위한 고육책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설익은’ 무리수다. 곧바로 ‘위헌’ 논란에다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포기라는 비판마저 쏟아지고 있다. ‘매매차익 중과세’ 등 다른 입법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옳다. 매매차익 실현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묘수를 찾는 게 정도(正道)다.

 

진성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거기본법 일부개정안은 ‘1가구 1주택 보유·거주’, ‘무주택자 및 실거주자 주택 우선 공급’. ‘주택의 투기목적 활용 금지’ 등을 명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진 의원은 “1가구 다주택 소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혀 아니라 이 원칙을 주택정책의 큰 방향과 기준으로 삼도록 법률로 명문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 법안이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규제 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화근이다.

 

이 법안을 확대해석하면 자칫 자녀 교육과 직장 등 문제로 주택을 일시적으로 두 채 보유하는 것마저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다. 사유재산권과 교육 및 직장 이동의 자유까지 침해한다는 점이 ‘위헌’ 시비의 이유인 것이다.

 

부작용 우려는 또 있다. 전체 주거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다주택자, 민간 임대사업자가 모두 없어지면 자기 집을 구매할 형편이 안 되는 서민은 전·월세로 들어가 살 집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이사할 빈집이 없어서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약될 수밖에 없게 될 수도 있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이 96%에 불과한 상황에서 ‘1가구 1주택 원칙’이란 현실에선 작동할 수 없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우리의 심각한 주택보유 현실을 보면 효과적인 방책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22일 발표된 통계청의 ‘2019년 중장년층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40~64세 중장년층 10명 중 4명만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소유자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9천260만 원으로 무주택자(2천400만 원) 대비 3배 이상 컸다. 유주택 중장년층의 47.5%는 대출잔액이 1억 이상이었고, 13.0%는 무려 3억이 넘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바늘을 허리에 매어서는’ 바느질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법이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 재산을 증식하는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거래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고, 1가구 1주택이건 뭐건 일체의 차익을 탐하지 못하도록 거의 모든 차익금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정책을 펴는 게 맞다. 근본적으로 주택이란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오직 ‘거주 공간’일 따름이라는 국민 인식이 확립될 때까지 매매차익 중과세 정책을 밀고 가는 게 맞다.

 

‘1가구 1주택’법 같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대책은 하지하책(下之下策)으로서 입법 취지마저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를 하는 국가 중에서 다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나라는 있어도, 보유 주택 수를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 “당이 집을 배정하는 북한 등 일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날 선 비판을 허투루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일부 극우 정치꾼들에게 빌미를 줄 까닭이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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