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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법, ‘졸속’으로 골칫덩어리 만들까 걱정

여야 모두 ‘남 탓’ 변명 접고 신속하게 합심하길

  • 등록 2020.12.28 06:00:00
  • 13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중대재해법은 하청-재하청의 구조로 진행되는 산업현장에서 사업주들의 무책임으로 덧없이 스러지는 생명을 구하기 위한 입법이다. 더 이상 여당은 야당 핑계나 대고, 야당은 반심(半心)을 써서는 안 된다. 지금의 정치권 행태로는 또다시 시간에 쫓긴 졸속 입법이 걱정된다. 입법의 효력은 미미하고, 부작용만 불거지는 골칫덩어리 법을 만들지 않을까 진작부터 걱정이다. 여야 정치권은 한시바삐 신속하게 마주 앉아 합심해야 마땅하다.

 

단식 중단을 요청하러 농성장을 방문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비참하게 희생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야당이 법안 심의를 거부하는 상태라 여러 악조건이 있다”고 변명하는 김 원내대표에게 김미숙 씨는 “여태까지 여당이 다 통과시켰잖아요. 그 많은 법을 통과시켰는데 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해요?”하고 날카롭게 반박했다.

 

중대재해법이 가져올 산업계의 환경변화를 깊이 헤아릴 수밖에 없는 정부·여당으로서 신중한 접근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의 거센 반발도 있는 판이니 마구잡이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 처리를 놓고 보여온 정부·여당의 느림보 행태는 도를 넘었다. 더욱이 제1야당 국민의힘 등의 명시적인 반대가 없는 상황에서 왜 늑장을 부리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물론 국민의힘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중대재해법에 찬성한다면서 여당과 똑같이 핑계나 대는 자세를 취해왔다. 법안소위에 불참하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체계에도 맞지 않는 각기 다른 법안들을 중구난방으로 발의해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난만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무책임한 행태다. 법안도 내고 소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할 말을 해야 하는 게 공당의 올바른 자세 아닌가.

 

지난 20일에도 평택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5층 진입로 연결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건설노동자 5명이 추락해 안타깝게도 3명이 숨졌다. 중대재해법은 작업장의 안전보호책임을 사업주 등에까지 확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윤이 있는 곳에 안전보호 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이치야말로 상식에 부합하는 당연한 원리일 것이다.

 

다만 입법의 궁극적 목적이 ‘처벌’이 아닌 ‘예방’에 있는 만큼, 내용의 정교한 설계는 필수적이다. 산재 예방 효과보다는 소송증가에 따른 사회적 혼란만 야기하고, 대부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중소기업만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는 경총의 우려가 현실화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대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마치 입학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시험공부는 안 하고 하릴없이 말다툼만 벌이는 한심한 작태와 똑 닮았다. 노동자가 하루에 평균 7명씩이나 산업재해로 죽어 나가는 나라, 수십 년째 선진국 중 산재 사망률 1위라는 오명 속에 있는 나라의 국회의원들이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 절박한 문제를 자꾸만 더러운 정쟁의 시궁창에 쑤셔 박나. 오늘도 치명적인 ‘위험의 외주화’ 모순 속에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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