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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여 열풍…‘부의 대물림’ 풍조 확산 씁쓸

지방에서도 증여 확산세 뚜렷, ‘병든 사회상’ 심각

  • 등록 2020.12.30 06:00:00
  • 13면

취득세·보유세·양도소득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이 강화되는 가운데 주택값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증여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중과세가 거듭 발표되니, 지금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얄팍한 계산법이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부의 대물림’ 풍조는 철저하게 후진국형 ‘병든 사회상’이다. 지방에서마저도 증여 열풍이 일고 있다니 참으로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는 총 9천619건으로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7월(1만 4천153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의 증여 건수가 3천209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2천400건), 부산(618건), 대구(602건) 등의 순이었다. 경기도에서는 화성시의 증여 건수가 847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평택(616건), 수원(387건), 성남(223건), 고양(210건), 과천(135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매도 물량을 조절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증여에 따른 매물 품귀 현상으로 집값이 불안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시장의 지적이다. 특히 지방 집값까지 골고루 뛰게 한 ‘핀셋 뒷북규제’로 수도권 위주 주택 증여가 지방까지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전국의 규제 지역화로 다주택자 등의 세금이 강화되면서 증여를 부추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노동 가치가 떨어지고 자산 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 ‘부의 대물림’까지 이뤄져 계층 간 불균형이 고착화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득세율이 큰 폭으로 올라갔는데도 증여 건수가 오히려 급증한 것은 집값에 대한 상승 예측이 시장에 깊게 퍼져 있다는 증거다. 당장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지금 집을 물려주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침 건설교통부 장관이 바뀌었다. 재개발 시장을 억누르고, 세금을 높이고, 매매를 억제하는 조치들만 쏟아내는 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생태계를 무시한 탁상공론이었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보유세와 거래세 부담을 동시에 높이는 정책수단이 매물 잠김을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고 양도세율이 증여세율보다 높은 것도 증여가 늘어나는 현상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오히려 낮춰 매물이 나오게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귀담아듣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와 부친의 취재기자 청탁 의혹을 받던 중 탈당을 선언한 국민의힘 전봉민 국회의원의 케이스는 ‘부의 대물림’을 위해 편법도 서슴지 않는 구시대적 국민의식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거의 모든 사람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집과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치열한 의식을 보유하고 있다. 제 자식들의 미래만 생각하는 천박한 부자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위정자들은 ‘기부문화’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선진적인 정책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에 맞서 온갖 기술을 다 동원하여 재산을 자녀들에게 넘겨줄 방법을 탐닉하는 이 나라 부유층들의 변함없는 이기주의적 행태가 참으로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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