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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걸어와 받은 한끼 도시락…혹한에도 무료급식소 긴 줄

코로나19에 경로식당도 무기한 휴업…노인들 버거운 겨울나기

영하 11도 안팎의 강추위가 몰아친 2020년 마지막 날 아침.

 

인천시 동구 화수1·화평동 한 골목에 들어서자 민간 무료급식소 '성언의 집' 앞에는 각양각색 도시락 가방이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가방의 주인인 듯한 몇몇 노인은 '무료급식소' 간판이 붙은 건물을 바라보며 찬 손을 연신 부볐다.

 

영하 11도 안팎의 혹한에 볕도 들지 않는 골목의 체감 기온은 더 낮아 말 그대로 살을 에는 듯했다.

 

'급식 시간 10시∼11시. 날씨가 추워집니다. 시간에 맞춰서 오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9시가 조금 넘은 시각부터 하나둘 모인 노인들은 금세 20명 가까이 불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민간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은 가운데 배식 대신 밥과 반찬을 나눠주는 거의 유일한 급식소로 발길이 몰린 것이다.

 

간이 의자를 놓고 기다리던 황붕례(88) 할머니는 "만석동 쪽 집에서 걸어오는데 다리가 아파서 앉아서 쉬었다, 다시 걸었다 하면서 오면 1시간이 걸린다"며 "버스 타면 돈이 들기도 하고 운동 겸 걸어오는데 오늘은 9시 좀 되기 전에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밥을 넉넉히 주니까 그걸 아침 점심 두 끼로 나눠 먹고 저녁은 거른다"며 "다른 데는 닫은 곳도 있다는데 여긴 계속 운영해서 매일같이 온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 평균 60∼100명의 노인이 이곳 '성언의 집'을 찾아 밥과 국, 반찬을 받아 간다. 많은 민간 급식소가 문을 닫았기에 먼 거리에서 찾아온 노인도 종종 있다.

 

도시락통에 음식을 넣어 나눠주던 급식소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식당은 못 열고 이렇게 배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며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 62명에게는 오랜 자원봉사자분들이 따로 밥과 반찬을 배달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문을 연 민간 급식소는 극소수여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소득층 노인들의 겨울나기는 더욱 버거워졌다.

 

인천시와 각 군·구가 60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무료 경로식당 42곳도 감염 우려로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대신 60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이들만 대상자였던 식사 배달을 전면 확대했다.

 

올해 기준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인천 내 노인은 4천403명이었으나 모두 식사 배달로 대체됐다. 원래 식사 배달을 받던 노인 1천188명까지 합치면 총 5천591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군·구의 노인돌봄서비스 사업을 통해 돌봄 수요가 파악된 노인만 수혜 대상자여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도 일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인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40만9천458명 가운데 홀몸노인은 4분의 1인 10만5천649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취약하면서 돌봄이 필요해 '취약 노인'으로 분류되는 인구가 1만3천528명이나 된다.

 

이에 인천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결식노인 320명을 추가로 찾아내 지원 예산 15억원을 추경에 반영하는 등 복지 사각 최소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3일 "경로식당을 직접 운영하지 못하다 보니 대체식이 나가는데 음식 질을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해 2천700원 하던 단가를 올해 3월 4천원으로 인상했다"며 "앞으로도 각 군·구의 수요 조사를 토대로 숨겨진 결식노인들이 있는지 계속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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