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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도덕산 정상에서

오광덕 경기도의회 의원

  • 등록 2021.01.18 18:07:50
  • 3면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얀색으로 변신했다.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에 어릴적 세배 가는길 추억도 생각난다. 시베리아 한파로 기온은 곤두박질 치며, 땅바닥은 얼었지만 수북히 쌓인 눈은 어찌보면 따뜻하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아내의 걱정어린 당부도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도덕산 정상으로 옮긴다. 가는길에 어린아이와 눈싸움을 하는 젊은 아빠가 보이고, 조금 떨어진 곳 엄마는 눈사람을 만드는 듯 눈을 크게 뭉쳐 굴린다.

 

누구는 눈덮인 산을 보러가고, 누구는 눈으로 놀이삼아 웃으며, 엄동설한 한파 속 즐거움 가득담은 추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가는길 마다 소복히 쌓여있는 함박눈은 하얀 선녀의 고운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온 천지를 깨끗함과 정갈함으로 새하얗게 물들여 놓은 눈은 필자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도덕산으로 발길을 이끄는 마력의 원천이다. 나뭇잎 떨어진 앙상한 가지위에 눈옷을 입은 나무와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덧 강렬한 추위는 상념 밖에 있다.

 

도덕산에서 ‘도덕(道德)’은 사회를 구성하면서 인식한 것이 모습으로 드러난다. 사람 서로 간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람이 지켜야하는 준칙을 정해 같이사는 공존의 삶 속에 사람의 행위 기준을 제시한다.

 

도덕산은 옛날 사신들이 산봉우리에 모여 도(道)와 덕(德)을 나누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이 모여사는 곳에 도덕은 필연적이다. 국가나 법치 이전부터 사회생활에는 도덕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국가나 법률에 의한 사회생활에 관한 강제가 나타나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도덕산에 오르니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이육사 시인의 광야(曠野)가 문득 생각난다.

 

코로나19 빙하기인 지금의 현실에 ‘매화향기’를 살포시 내어주며, 다시금 피어날 희망의 노래로 다시 일어설 광명의 세계를 염원하는 마음이 겹쳐졌기 때문일게다.

 

그리고 오리 이원익 선생도 떠오른다. 사람에게 맡은바 소임이 막중하면 변화와 격동에 휘말리기 쉽다. 성향에 따라 행복 아니면 고통일 수 있다.

 

오리 이원익 선생이 활동한 조선 중기의 시대적 상황은 특히 가혹했다. 그렇지만 그는 뛰어난 청백리 공직관과 실무적 경륜으로 난국을 헤쳐 나간 인물이다. 필자가 오리 이원익 선생을 존경하는 이유다.

 

2021년 정월 초, 도덕산에서 한 해의 마음을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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