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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신’ 이은 ‘식량 민족주의’ 대비하자

인구감소·지방소멸 국토 효율 재정립해야

  • 등록 2021.02.19 06:00:00
  • 13면

국제 곡물가가 심상치 않다. 옥수수·밀·대두 등의 가격이 2013년 이후 최고치를 보이며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5%이고 가축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쌀(92.1%)을 제외하면, 밀 (0.7%), 대두(26.7%), 옥수수(3.5%) 등은 매우 취약하다. 그 추세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관계기관,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곡물 시장 동향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비 태세를 가동 중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가 상승하는 데는 우선 코로나 장기화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 곡물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서 제때에 필요한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워 생산·공급의 축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는 코로나가 해소되면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다. 

 

더 큰 관건은 온난화에 따른 기후 재앙에서 오는 식량 위기다. 지난해 전 지구는 다양한 형태의 대재앙을 경험했다. 초대형 산불, 폭우와 가뭄, 하루새 폭염에서 한파로 수직 낙하하는 기후 변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는 대규모 메뚜기 떼 등등. 이로인해 농산물 작황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옥수수, 대두 등이 바이오 연료 생산에 투입되고 있는 것도 곡물 수급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는 올초부터 옥수수 수출량을 제한했고, 러시아는 소맥 수출쿼터제와 수출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반면에 최대 식량소비국인 중국은 비축분을 늘리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미·중간 갈등은 식량 흐름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식량 안보 위기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970년대 세계는 중동발 ‘원유 민족주의’·‘석유무기화’로 홍역을 치렀다. ‘코로나 팬데믹’은 ‘백신 민족주의’를 불러왔다. 영국, 미국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더 많은 나라들이 접종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는 올해 초부터 기상 이변을 겪고 있다. 최근 미국은 본토 4분의 3이 눈으로 덮였다. 사막의 땅 남부 텍사스가 30년만에 얼음판으로 변하며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고 많은 분야의 생산 활동이 멈췄다. 기후재난.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식량 문제는 석유나 코로나처럼 언제 팬데믹으로 지구촌을 엄습할지 모른다.

 

UN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2021년이 기근 팬데믹으로 비극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국내외에 걸쳐 곡물 공급망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에서 보듯 사태가 커지면 1개 부처의 영역을 넘어선다. 국제적 대응을 위해서는 상응하는 예산과 인력, 외교적 네트워크가 총망라돼야 한다. 

 

범정부적 대응시스템이 필요하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식량자급률 제고 등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방안도 재정립해야 한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기후재앙 등으로 올해 식량 안보의 위기가 온다면 준비가 돼 있는가. 백신을 거울삼아 스스로 물어보고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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