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봄은 눈가는 곳마다 갖가지 꽃들이 장식하고 있어 아름답다. 유채꽃부터 동백꽃까지 많은 꽃들이 제주도를 뒤덮는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에게 봄은 슬픔의 계절이다. 1948년 4월 3일 벌어진 제주4·3은 73년이 지난 현재에도 제주의 바다, 산 등에 스며들었다. 그들에겐 아직 끝나지 않은 슬픔이자 고통이다.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봄이 왐수다’는 제주 4·3의 진실을 담은 전시회로, 도자기, 사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실을 알렸다.
‘봄이 왐수다’ 진실전 해설을 맡은 제주4·3범국민위원회 박진우 집행위원장은 “뼛속까지 ‘제주것(제주사람)’인 내가 4·3의 진실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내게 숨쉬기와 같은 의미다. 특별한 일이 아닌 사는 동안 해야만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숙명 같은 그런 일이다”라고 말했다.
진실전은 대통령들의 기록으로 시작한다. 4·3을 명령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국무회의록부터 처음으로 제주4·3의 진상규명을 약속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 등의 사진과 문서를 통해 진실을 전하고 있다.
다음 장소에는 4·3의 유가족인 양동규 작가의 사진이 펼쳐졌다. 그는 “사람은 기억을 잊을 수도 있고, 왜곡시킬 수도 있지만 우릴 품어주는 자연은 그 시간들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제주하늘의 시선, 제주바다의 시선, 제주오름의 시선 등으로 70여 년 전의 진실을 담았다”고 이야기했다.
4·3 당시 제주사람들이 숨어있던 동굴, 숲 등의 사진부터 파괴된 마을이 7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재건되지 못한 모습까지 그의 사진엔 시리도록 차가운 슬픔이 담겨있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집을 잃고, 마을을 잃은 제주민들의 아픔을 담담히 담아낸 듯했다.
박진우 해설사의 말에 따라 발을 옮기자 암실 속 정기엽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가습장치로 만들어진 안개 속에서 ‘死’는 ‘삶’으로 이내 바뀌었다. 그리고 파괴된 곤을동 마을의 모습이 이어졌다. 복구되지 못하고 사라진 마을은 곤을동 이외에도 많다는 해설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제주4·3 희생자들을 기리는 동백꽃봉오리로 입구를 만든 윤상길 작가의 ‘혼돈’, 그는 이를 통해 당시 희생된 800여 명의 아이들의 넋을 달랜다.
그의 작품 ‘아! 한라산’은 두 도자기를 붙인 작품으로 아래쪽은 제주의 과거를 위쪽에는 제주의 미래의 희망을 담았다. 작품의 가장 위에는 동백꽃에 감싸진 백록담이 눈에 띈다. 도자기를 가로지르는 금은 4·3의 진실이 아직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음을 표현한다.
진실전 끝자락에는 제주도에서 나온 재료로 만든 보리아트 작품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중 제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서천 꽃밭’이 눈길을 끌었다. 설화 속 이승에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이 꽃으로 피어있는 서천에 제주사람들이 끌려가는 모습은 그들의 죽음을 암시한다.
이외에도 많은 작품들을 통해 4·3의 진실과 제주도민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제주4·3을 아는 것은 제주4.3 희생자 및 유가족들을 위한 일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 생각된다.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