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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은 생리대와 마스크 구매도 힘들어요"…점자 표기 의무화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기가 없어 물건을 살 때도 불안해요.”

 

19일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있는 한 슈퍼마켓. 지팡이에 의존해 근처 마트를 찾은 중증 시각장애인 A(70대)씨는 시각을 잃은 지 50년이 지나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제품 코너에서는 머뭇거렸다. 몇 번이나 제품에 손을 올리다 내리길 반복한 A씨는 어림 짐작으로 우유를 담고 나서 "유통기한 좀 봐 달라"며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허다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대다수 음료에 찍힌 점자가 흐릿하거나 '음료', '탄산' 등으로만 표기돼 있어 이를 구분하는 것도 불편을 겪고 있다.

 

같은 날 또 다른 시각장애인 B(40대)씨는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려고 했지만 나와서 뚜껑을 열어본 음료수는 매번 다른 것이었다. 게다가 캔 음료에는 뚜껑에 점자가 표기돼 몇 번 점자를 만지다보면 다른 사람이 불쾌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을 때도 많다.

 

시각장애인은 음료뿐 아니라 가정 상비약을 구매하는데도 긴장하게 된다. B씨는 “어느 시각장애인 아버지가 아이한테 감기약을 먹인다고 먹인 약이 엉뚱하게도 소화제였다. 소화제였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

 

여성 시각장애인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각장애인 C(50대·여)씨는 여성생필품인 생리대를 구매할 때도 곤혹스럽다. 편의점에 생리대 위치를 물어보면 '저기요'라는 짧은 대답뿐이었다. 겨우 찾은 위생용품 코너에 별다른 점자 표기가 없어 어렵게 골랐는데 알고보니 티슈였다. 코로나19 발생 1년이 지났지만 마스크도 KF94, KF80를 구분할 수 없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 용기나 포장지에 제품 명칭, 유효기간 등을 점자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약품 점자 표기는 권고사항이어서 일부 의약품에만 점자가 표기되고 있다. 전체 의약품 4751개 중 점자 표기된 약품은 2%도 안 되는 94개에 불과하다.

 

점자 표시 의무화는 19·20대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제조사들이 포장 제지 교체 등 이유로 반발하는 동안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안전 상비약에 점자 표기를 의무화하고 다른 의약품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제약업계는 안전 상비약품의 점자·음성변환·영상변환용 코드표시 등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점자 표기에 따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체들은 또 제품표기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비용과 제품 공간의 한계 등을 꼽았다.

 

뚜껑 부분이 좁은 캔 음료에는 많은 글자를 표기할 수 없는데다, 대부분 음료 제품에 ‘음료’ 또는 ‘탄산’, 맥주 제품에 ‘맥주’ 이외에 제품명 전부를 새겨 넣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음료·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점자 표기를 일괄적으로 실시한다면 기준과 규격에 맞춰야하고 제품에 대한 재질·생산 설비·공간 등 검토할 부분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