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기본소득의 고요한 혁명이 이미 시작된 듯하다. 지난해 6월 20일 라디오 캐나다 발표에 따르면, 59%의 캐나다 국민이 기본소득을 찬성하고 있다. 앵거스 레이드(Angus Reid) 연구소가 캐나다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기본소득을 가장 지지한 곳은 퀘백(Québec). 퀘백인 66%가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어 전국 평균을 훌쩍 넘었다. 그 뒤를 온타리오(Ontario)와 브리티시 컬럼비아(Colombie-Britannique)가 쫓고 있다.
이 연구소의 코진스키(Dave Korzinski) 소장은 “퀘백은 기본소득에 대해 진보적이어 이 결과는 결코 놀랍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4월 8일 트뤼도(Justin Trudeau) 수상의 기본소득 제안 때도 마찬가지. 캐나다 정부가 18세부터 64세까지의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고 제안하자 퀘백 주가 가장 환영했다.
퀘백의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기본소득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퀘백자유당은 육체·정신 장애인들을 위해 최초로 기본소득을 창설해 다른 수당과 병과할 수 있도록 했고, 퀘백당 역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론수렴을 당의 프로그램으로 정했다. 2012년 사라진 퀘백민주행동당(Action démocratique du Québec: ADQ) 역시 2000년 초 기본소득안을 제안했다.
최근에는 연대퀘백당(Québec solidaire)이 기본소득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며 논의를 끌어가고 있다. 이 당은 18세부터 퇴직 때까지 생필품비로 기본소득을 주자고 제안했고, 특히 가스페지(Gaspésie)에서 선도적인 기본소득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에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도록 긴급기본소득 2000달러(한화 약 180만원)를 줄 것을 제안했다.
퀘백 기본소득그룹 위원인 브랭(Jonathan Brun)은 “우리는 퀘백정부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퀘백정부는 기본소득을 할 능력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본소득의 형태, 매개변수, 수급액 등은 더 토론할 문제이지만, 퀘백의 기본소득은 정부가 기금을 배당하는 형태로 보고 있다. 재원은 국영기업인 이드로-퀘백(Hydro-Québec)과 로토-퀘백(Loto-Québec)의 수익금과 세금으로 마련하고, 모자라는 것은 세제개편을 통해서 충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캐나다정부가 의료비와 TPS(상품 및 서비스 세금), 기초연금을 위한 연방정부의 예산을 삭제해 충당하려는 것과 좀 차이가 있고, 퀘백정부가 의료비, 연대비, 상여금, 기혼자를 위한 공제금 등을 철폐해 마련하려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다만 기본소득을 실시하면 퀘백의 빈곤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관점은 공통적이다. 국회 예산관리 사무국의 전문가인 아마르(Nasreddine Ammar), 버스비(Carleigh Busby), 아메드(Salma Mohamed Ahmed)는 기본소득이 실시되면 퀘백의 빈곤율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기본소득으로의 전환을 겁먹지 말자. 기본소득을 실시하면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기본소득이 실시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연간소득 30000달러(한화 약 2684만원) 이하의 가구들이고, 반면에 부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부의 재분배는 불가피하다”라는 분석이다.
캐나다 퀘백은 이처럼 기본소득에 대한 구상이 상당히 진전된 것을 알 수 있다. 재원 부분은 아직도 논의가 필요한 것 같지만,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은 갈수록 확고해지는 듯하다. 퀘백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무엇보다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는 정치인들의 의지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진정한 기본소득이 실현되려면 스펙트럼이 다양한 정치인들의 관심과 의지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