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NGO단체 Give Directly에 따르면, 세계 7억 인구가 극심한 가난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에게 생존소득을 주려면 800억 달러(약 90조 400억 원)가 필요하다. 이 액수는 연간 공적개발원조 예산의 절반이다. 케냐 책임자 테티(Caroline Teti)는 “우리는 빈곤을 타파하는 데 현금 이상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간단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본다”라고 설명한다.
소로스(George Soros)의 오픈 소사이어티와 이베이(ebay) 창업자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e)의 오미디야르소사이어티로부터 재정을 지원받는 Give Directly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직접 주는 “직접원조(aide directe)” 운동을 펼친다.
이 단체는 케냐인 수천 명에게 기본소득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실험을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다. 키수무(Kisumu) 도로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마가와(Magawa)는 그 중 한 곳. 케냐의 세 번째 도시인 이 곳은 호젓하고 열대식물이 울창하다. 일자리는 가뭄에 콩 나듯하다. 나무숯을 만드는 일 외에 건설현장의 알바 정도가 전부다. 마가와의 주민들은 Give Directly 덕에 매월 초 케냐 돈 2250실링(약 2만 7천원)을 받는다.
여기에 드는 토탈 비용은 2800만 달러(약 315억 원). 이 실험은 세 가지 원칙을 고수한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주민에게, 조건 없이 나눠주고, 소비를 감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어진 기간 동안 소득을 보장한다.
완돌라(Wandola)는 “저는 더 이상 남편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아도 돼요”라며 기뻐한다. 그녀는 기본소득을 받아 닭 60마리를 사서 장사를 시작했다. 아스완(Aswan)은 “전에는 월말에 얼마를 벌지 예측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계획할 수 있어요”라며 흐뭇해한다. 우오르 오골라(Jennifer Owuor Ogola)는 수급 일을 애타게 기다린다. “돈이 나오는 날 난 아침 일찍 시장으로 뛰어가요”라며 기뻐서 핸드폰을 흔들어 댄다. 70살인 이 할머니는 어려운 삶을 살았지만, 기본소득을 받기 시작한 2016년 말부터 생선과 고기를 정기적으로 사고 부엌을 만들어 물을 집까지 끌어왔다.
기본소득은 이처럼 계획 없이 배고픈 채 웅크리고 자고, 그 다음날 똑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소비에 대한 예산을 세우고 삶을 계획 가능케 하고, 병에도 덜 걸리게 한다. Give Directly의 목적은 간단하다. 수혜자들이 기본소득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지 그 효과를 측정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철학적인 개념이 깔려 있다.
이 단체의 공동창립자 파이에(Michael Faye)는 “흔히 가난한 사람들은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들은 소득을 받아 식료품을 사고, 암소나 염소를 사서 자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자기 돈을 자기 스스로 결정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가난한 사람들 역시 사회의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간이 존엄을 지키고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기본소득. 마가와의 사례는 이를 생생히 보여준다. 자포자기한 사람들에게 적은 돈이 빛과 소금이 된다는 사실. 이러한 기본소득은 인류의 생존과 평화를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한다. 스톡홀름은 언젠가 노벨평화상을 기본소득에게 수여하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편견이 강한 사람들은 마가와 주민들의 변화를 보고 착상을 바꿀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