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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령청사’파문, 더 이상 관료에 포획돼선 안된다

공직사회 대수술 필요한 시점이다

  • 등록 2021.05.21 06:00:00
  • 13면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 청사 건립에다 직원 절반이상이 특별 공급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관세청 산하인 관평원은 2005년 일찌감치 세종시 이전에서 제외됐다. 그런데도 171억원이 투입돼 완공된 건물이 지금은 유령청사로 남아 있다. 이 과정에 예산을 내주는 기획재정부, 청사 이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감사 청구를 받은 감사원, 그리고 법제처, 특공 대상을 지정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이 직간접으로 관여돼 있다.

 

개인 건물 하나 지으려해도 공기관의 온갖 잣대로 애를 먹어야 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무엇보다 관평원 유령청사를 둘러싸고 노출된 정부 기관의 모습은 ‘이게 나라인가’ 싶을 정도다. 관련 기관들은 “우리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지만 국민의 눈에는 공직자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눈이 멀어 ‘국가 시스템’의 틈새를 파고들었고, 타 기관들에 의해 어떤 제동 장치도 작동되지 않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뛰어넘는 정부 존재 이유에 대한 근간을 흔들고 있다. 우리는 역대 정권의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공직 사회의 일탈이 얼마나 뿌리깊고 광범위한 것인지 지켜봤다. 최근 있었던 총리·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도자기 대량 반입, 외유성 가족 출장에다 관평원과 유사한 ‘세종관사 재테크’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래서 도자기 반입 과정에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공기관이나 해당 공무원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관사테크는 이번 장관 후보자 한 사람만의 일탈인가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바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직을 포함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도덕성 해이는 적폐 수준이다. 국민들은 부동산 양극화를 넘어 지도층의 편법·비위·특권 등 불공정에 좌절하고 있다. 남은 임기 1년의 문재인 정부지만 이제라도 사즉생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 LH발 땅 투기 수사를 포함해 관평원 조사·수사와 상응하는 책임자 처벌, 이번 기회에 ‘특공’ 전면 조사·재검토 등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공직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편법·불법 소득을 종합적으로 차단·환수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저술한 《진보의 미래》에서 "(자신이) 그냥 앉아서 관료에 포획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논란과 관련해 공직 후보자들의 ‘능력’을 언급했다. 어느 국가나 관료집단을 둘러싸고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다. 그러나 그림자가 이렇게 커진다면 정권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될 수 있다. LH에 이은 이번 관평원 파문은 공기관에 대한 ‘정밀 건강검진’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이런 식이면 내년 차기 정부의 첫 조각은 온전할 것인가. 자정능력을 잃었다면 수사 등 외부로부터 칼을 들이대야 한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재산 공개·하나회 척결·금융실명제’를 취임 6개월만에 전시작전처럼 단행했다. 대선 주자들이 관료집단에 포획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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