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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스며드네'…4세대 걸그룹 노래 '히트 행진'

있지 이어 에스파도…대중성 부족 지적에도 '정형성' 탈피해 승부
스테이씨는 흥행 공식 따른 블랙아이드필승 곡으로 인기

"결속은 나의 무기 / 광야로 걸어가 / 알아 네 홈그라운드 / 위협에 맞서서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신인 걸그룹 에스파가 최근 발매한 신곡 '넥스트 레벨'(Next Level) 가사 일부다. '아바타 세계관'이라는 배경을 미리 알지 못하면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람과 아바타 간의 연결을 방해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 악의 존재 '블랙맘바'를 찾기 위해 광야로 떠난다는 독특한 이야기를 노랫말에 담았다.

 

곡 구성 역시 예사롭지 않다. 발매 직후 온라인상에는 마치 여러 개의 노래를 섞어놓은 듯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넥스트 레벨'은 이런 일부 평가에도 불구하고 멜론, 지니 등 국내 음원 차트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미국 빌보드에서는 '글로벌 200'(97위), '미국 제외 글로벌 200'(54위),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3위) 등 3개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또 다른 4세대 걸그룹 있지(ITZY)는 지난달 발표한 신곡 '마.피.아. 인 더 모닝'을 히트시켰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곡 역시 발매 당시에는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배우보다 더 배우 / 늑대를 가지고 노는 여우 / 슬슬 작전 개시 / 너를 뺏어 뺏어 뺏어" 등 가사가 다소 촌스럽고 랩의 플로도 어색하다는 평이 많았다. 작사를 맡은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가 감을 잃은 게 아니냐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온라인상에서 점점 입소문을 타더니 '마며들다'(마피아에 스며들다)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히트했다. 사용자가 많아 팬덤의 힘만으로는 상위권에 들기 어려운 멜론 일간 차트에서도 최고 10위까지 올랐다.

 

이처럼 대중성이 부족해 보이는 4세대 걸그룹 노래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기존에 걸그룹에게 기대했던 통념을 과감히 탈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편일률적인 '걸그룹스러운' 음악 범주에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귀엽고 청순한 걸그룹의 전형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보고 싶은 대중의 구미를 당긴다"며 "좀 난해하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과거 에프엑스도 가사 때문에 초반에는 비판을 받았었다"며 "두 팀도 일반적인 걸그룹 노래를 하지는 않지만, 실험적인 곡을 내세워 이를 캐릭터화해 먹혀들게 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음악 소비자들이 단순히 음악만을 듣는 게 아니라 영상과 함께 음악을 소비한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정민재 평론가는 "있지와 에스파는 모두 퍼포먼스 실력을 갖춘 팀"이라면서 "음원 발매 이후 무대 영상과 뮤직비디오 등이 공개되면서 반응이 폭발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있지 '마.피.아. 인 더 모닝' 뮤직비디오는 공개 약 22일 만에 1억뷰를 넘기면서 전작 '낫 샤이'로 세운 자체 최단 시간(약 41일 1시간)을 크게 앞당겼고 안무 영상은 1천만뷰를 돌파했다.

 

에스파 '넥스트 레벨'의 뮤직비디오의 경우 공개 일주일 만에 8천만뷰를 달성했고 안무영상은 1천만뷰에 가까워지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아임 온 더 넥스트 레벨'로 시작되는 후크(hook) 부분의 춤을 추는 영상을 틱톡에 올리는 댄스 챌린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4세대 걸그룹의 히트곡이라고 해서 모두 실험적이고 독특한 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씨가 지난달 발표한 '에이셉'(ASAP)은 걸그룹 노래의 히트 공식을 잘 따라가 흥행에 성공했다.

 

이 노래를 만든 프로듀서는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이다. 2010년대부터 활발히 활동한 블랙아이드필승은 환불원정대 '돈트 터치 미', 에이핑크 '덤더럼', 트와이스 '팬시', '라이키' 등 걸그룹 노래를 잇달아 성공시킨 트렌디한 작곡팀이다.

 

여기에 요즘 10대 이른바 Z세대에게 먹히는 당차면서도 솔직한 가사까지 어우러졌고, '신인'이라는 위치에 걸맞은 에너지 넘치는 무대가 더해지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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