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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직자, 500년 역사 교황청 부처장관 첫 발탁…"파격 인사"

유흥식 대주교 성직자성 장관 임명에 한국 사제들 '환영','감격'
"성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에 맞은 경사…위상 상승 기대"

유흥식(70) 대주교가 장관직을 수행할 교황청 성직자성(Congregation for the Clergy)은 50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행정 부처다.

 

성직자성은 교황 비오 4세(재위 1559∼1565)가 종교개혁 운동 당시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교계의 자기 쇄신과 정화를 위해 도입한 법률을 바르게 해석하고 실천하고자 1564년 만든 '트리엔트공의회해석성성'이 그 모태다.

 

이후 트리엔트공의회의 법률을 해석하는 권한이 점차 다른 부서로 이양되면서 그 고유 임무는 사라졌다.

 

부처의 성격이 변한 이후에도 '공의회성'이라는 역사적 명칭은 비교적 근래까지 유지되다가 교황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가 1967년께 현재 명칭으로 바꿨다.

 

성직자성은 그 이름에서 보듯 전 세계 사제와 부제들의 모든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한다.

 

성직자들의 생활·규율·권리·의무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사목 직무의 효과적인 수행을 지원한다.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 관리·감독의 책무도 있다.

 

로마가톨릭교회 운영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역대 장관들은 대체로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들이 독식해왔다.

 

유 대주교 임명이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로마 주재 한국인 사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2013년 즉위 이후 여러 차례 파격적인 인사를 해왔는데 이번 유 대주교의 성직자성 장관 임명은 그중에서도 최대 파격"이라고 놀라워했다.

 

올해가 한국의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 희년이라는 점에서 교황청 주요 부처의 첫 한국인 장관을 맞은 현지 성직자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로마의 또 다른 사제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에 맞은 큰 경사"라며 "김대건 신부님이 하늘에서 크게 기뻐하실 것"이라고 반겼다.

 

교황청 장관 배출로 당장 바티칸 내의 한국 천주교회 위상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 천주교와 교황청 간 소통이 한결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 한국 신자들의 염원인 최양업 신부(1821∼1861) 시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크다.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최양업 신부는 2016년 시복 심사 중 성덕 심사를 통과해 '가경자'(可敬者)로 선포됐으며, 마지막 기적 심사만 남겨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대북 사업에 경험이 많은 유 대주교가 교황을 연결고리로 남북 관계 개선에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에서는 이미 교황의 역사적인 방북 성사를 통해 꽉 막힌 남북 관계, 나아가 북미 관계의 물꼬를 트려는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인 추규호 주교황청 대사는 "한국 천주교는 물론 나라의 큰 경사다. 벌써 그 위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교황청과의 관계에서 한층 튼튼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의미도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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