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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3명 사상’ 양지SLC물류센터…올해 소방시설 점검서 256건 지적

물류창고 소방시설 관리 갈수록 퇴보?…현실적 관계법·제도 미비
전문가 “현장 상황 반영하고, 인식 전환 등 다각적 노력 이뤄져야”

2021년 6월17일 새벽에 발생한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크게 다치고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과거 수많은 물류창고 화재가 인재로 밝혀진 만큼 참사를 막기 위한 방안·법적제도가 마련되면서 더 이상 참사는 없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물류창고 화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우리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고 있는 물류창고로 인해 주민들은 항시 불안하다. ‘시한폭탄’으로 전락한 물류창고, 법과 제도의 문제인지 안전의식 부족이 문제인지 경기신문이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물류창고 화재’…도대체 현장은 어떻길래?
②물류창고 화재는 경기도만?…획일적 소방 기준‧건축 자재 규제 無
③불 난 물류창고도 지적사항 수두룩…사후약방문 대응도 동떨어져

<계속>

 

 

매년 되풀이되는 물류창고 화재 이후 관련 제도 보완을 통해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정부와 관계 당국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이 현실과 한참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급변하는 시설에 비해 법과 제도는 제자리에 머물면서 또다시 물류창고 화재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현장 상황을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9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 수많은 사상자를 낸 용인 양지 SLC물류센터의 경우 올해 소방시설 점검 결과 200건 이상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해당 물류센터에서는 지난해 7월21일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물탱크 온열장치에 연결된 전기 히터의 전원을 끄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과열된 물탱크의 열기가 우레탄 폼에 옮겨 붙으면서 불길이 일었는데, 화재감지기와 수신기, 소방 설비로 이어지는 화재 연동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물류센터 관리업체 측이 평소 오작동이 잦다는 이유로 해당 시스템 가동을 정지시켜 놓았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소방 시설 관리 미흡으로 발생한 인재(人災)인 셈이다.

 

그러나 해당 물류센터는 화재 발생 이후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제대로된 소방 시설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양지 SLC물류센터 측이 소방당국에 제출한 ‘소방시설 등 종합정밀점검 실시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56건의 시정조치 받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화재 발생 이전인 2020년 1월 제출한 보고서에 43건의 시정조치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6배가량 폭등한 것이다. 

 

스프링클러 설비 등 지적사항은 매년 반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보고서에 스프링클러와 관련된 지적을 18건 받았는데 최근 보고서에는 26건으로 늘었다.

 

특히 반복 지적되는 ‘프리액션 기동용 감지기 미설치’ 항목은 올해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명 대피에 중요한 ‘경보설비’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방송 출력 불량‧스피커 미설치 ▲지구경종 불량 ▲화재감지기 미설치‧배선 단선‧고정 불량 ▲불꽃감지기 작동 불가 ▲비상조명‧유도등 파손 등 지적 내용은 광범위 했다.

 

특히 화재 확산을 막는 방화셔터 주변에 물건을 쌓아 놓는 것도 모자라 방화셔터도 파손‧고장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안전의식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해당 물류창고의 경우 화재로 손실된 소방시설이 많아 갑자기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이익 방지를 위해 업체가 자체점검을 과하게 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곳은 지난해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업체 측의 요청으로 시정조치 명령 이행을 연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양상이 이어지자 현장 소방시설 점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재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업체가 자체 점검한 소방결과를 받아 관리·감독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전부다. 재난‧재해 등 발생 위험이 있으면 특별조사를 할 수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장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창고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만큼 엄격한 소방시설 점검이 필요하다”며 “현장 점검을 통해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소방당국에서 조사를 나가면 업체에 사전 통보를 하는데 이는 관리·감독의 의미를 퇴색하는 것”이라며 “불시에 점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안전관리자’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업무를 병행하며 소방안전관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공 교수는 “소방안전관리자 겸직을 금지하고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면 물류창고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CEO도 지시를 이행할 만큼 소방안전관리자의 권한은 강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류창고 화재를 예방하고 인명‧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뿐 아니라 인식의 전환 등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예방 노력은 업체 측에게 직접 요구되는 만큼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머지않아 다른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 교수도 “소방당국이 소방 시설 점검에 기존 보다 더 세밀한 점검을 실시하고 주기적인 컨설팅, 소방훈련 지도 등을 실시해 안전의식 전환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물류창고 화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갖고 현실적인 화재 예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김은혜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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