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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화재’로 피해 호소하는 원주민들…책임 회피하는 기업?

제2의 피해자로 전락한 원주민들…환경·건강 등 각종 피해 호소
기업, 사회적 책임 나 몰라라…뚜렷한 대안보단 이윤 창출 우선

2021년 6월17일 새벽에 발생한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크게 다치고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과거 수많은 물류창고 화재가 인재로 밝혀진 만큼 참사를 막기 위한 방안·법적제도가 마련되면서 더 이상 참사는 없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물류창고 화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우리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고 있는 물류창고로 인해 주민들은 항시 불안하다. ‘시한폭탄’으로 전락한 물류창고, 법과 제도의 문제인지 안전의식 부족이 문제인지 경기신문이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물류창고 화재’…도대체 현장은 어떻길래?
②물류창고 화재는 경기도만?…획일적 소방 기준‧건축 자재 규제 無
③불 난 물류창고도 지적사항 수두룩…사후약방문 대응도 동떨어져

④집행유예·벌금에 머무는 처벌수위…기업은 '경제논리'에만 초점?

⑤‘물류창고 화재’ 제2의 피해자=원주민…기업, 사회적책임은 ‘방임’

<끝>

 

 

수많은 사상자를 낳고 있는 ‘물류창고 화재’의 또 다른 피해자인 지역 원주민들은 매번 환경오염과 건강 이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간 희생됐던 참사 피해자들과 물류창고 근로자와 원주민을 위해서라도 물류창고 화재는 근절돼야하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

 

1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발생한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지상 4층~지하 2층, 연면적 12만7178.58㎡(축구장 15개 넓이)에 달하는 건물은 뼈대만 남았고, 건물 자재와 1600만 개(부피 5만3천여㎥)에 달하는 적재물은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이 잿더미로 인해 덕평1리는 채소·화훼 비닐하우스 100여개동이 화재 낙하물과 분진 등의 피해를 봤다. 논은 기름이 뜬 것처럼 변했고, 축산 농가에도 검댕이가 떨어져 피해를 봤다.

 

화재진압 과정에서 흘러나온 소화용수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자 물고기 떼죽음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주택가 피해도 만만치 않다. 어린이 놀이터에 그을음이 달라붙는가 하면 주차된 차량이나 새로 지은 건물에 검댕이가 잔뜩 묻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또 일부 주민들은 화재에서 비롯된 유해가스로 인해 두통이나 기침, 호흡곤란. 눈 따가움 증상 등 건강에 ‘적신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천 신둔면 주민 박정수(84) 씨는 “화재 당시 주차된 차 위에 시커먼 먼지가 묻었다고 들었다”며 “물류창고 근처 미용실을 방문했는데 매연이 덩어리가 져 날아왔다고 한다. 피해가 큰 것 같다”고 털어놨다.

 

덕평1리 이장 김우영(57) 씨는 “비가 온 뒤 분진을 만져보니 빛이 조금 나는 것이 유리섬유 같았다”며 “정확히 어떤 성분인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지 면사무소를 통해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물류창고 화재로 인한 원주민 피해 사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2014년 4월 28일 발생한 대전광역시 대화1·2공단 아모레퍼시픽 매스코스매틱 사업장 물류창고 화재의 경우 소방폐수가 인근 갑천으로 유입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낳았다.

 

이 밖에도 2019년 8월 30일 충주 중원산단 화재·2018년 8월 1일 제천시 1산업단지 내 공장 화재사고에서도 대기·수질 오염이 발생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원주민들이나 환경복구를 위한 뚜렷한 대안을 마련한 경우는 드물다. 이윤 창출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이천 쿠팡 화재의 경우에는 쿠팡 측이 지난 22일부터 주민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전용 피해신고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쿠팡이 심사를 거쳐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어 쿠팡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물류창고 화재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주민피해와 환경오염이 매우 심각한 것을 고려하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한창석 인하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소방용수에 섞인 화학물질이 하천에 흘러들어가게 되면 복구될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이렇게 오염된 환경이 복원될 때까지 기업이 끝까지 책임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또 “이천 쿠팡 화재의 경우 쿠팡 측이 심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보상하겠다고 했는데, 이 심사는 시민단체나 정부가 선정한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맡아야 한다”며 “쿠팡이 자신들이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한다면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시민들도 보상 결과에 대해 수긍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물류창고 화재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근절하는 게 최고의 보상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도 “물류창고 화재의 경우에는 고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실화를 발생하게 해 과실에 의한 책임은 분명히 있다”며 “원주민이나 환경에 영향을 끼쳤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기업에서 당연히 부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과거에도 기업 측이 먼저 적극적으로 배상하는 경우보단 소송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다”며 “명백한 과실로 인해서 화재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서 주변에 피해를 미쳤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기업 측이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여러 법률적인 취지를 살려 소송으로 가기 전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김은혜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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