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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재미있는 仁川 23 - 물치도, 희곡과 시 속에 살아있는 섬

 “사면이 암초에 도속된 서해안의 조그만 섬..(중략)..멀리 바다 건너로 신기루 같이 떠오르는 인천항.”

 

출연진이 모두 8명으로 이뤄지는 연극 대본 ‘지문’의 일부이다. 지문에 나오는 인천항과 서해의 조그만 섬을 주제로 한 희곡(시나리오)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인천(동구)이 낳은 극작가 함세덕의 해연(海燕, 단막극)이다.

 

동구 화평동 455번지에서 1915년 함근욱의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함세덕은 월북 후 다시 월남(1950)하던 중 신촌에서 사망, 36세를 일기로 요절한 불세출의 희곡작가였으나 문학에 입문할 초기에는 시를 썼던 시인이었다.

 

처녀작 ‘고개’가 <월미>라는 잡지에 실린 일도 있으나 일찍이 희곡에 집념했던 그가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희곡이 바로 ‘해연’이다.

 

홀아버지와 함께 사는 주인공 ‘진숙’은 인천 여자고교를 다니던 여학생이었으나 아버지를 모시느라 학교를 그만둔 효성이 지극한 여식으로, 아버지는 서해안의 작은 섬 등대지기로 세상을 잊으며 살고픈 인물.

 

하인천에서 박외과를 운영하는 안 의사라는 또 한 사람의 남자 사이에서 난 청년 세진은 진숙과 사랑하는 연인으로 아버지(등대지기)의 전(前)처에서 난 남매들이었다는 숙명, 이것이 희곡이 가지고 있는 극적인 효과로 비극을 낳고 있다.

 

위선과 권위에 찬 세진의 아버지 안 의사는 진숙의 어머니와 살기 전 부인의 딸이 원하는 남자와 결혼을 반대하여 또 죽어가는 현장의 지명이 연극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함세덕의 연극 전체를 평한다면 연극학에 서정의 리얼리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인천을 중심으로 한 서해의 섬이 주 무대로 ‘해연’, ‘무의도 기행’, ‘산허구리’ 등 인천적인 해양 연극이 정말 감동의 연속이다.

 

“아버진 대학 동창의 아들에게 시집 보내려 했지만 누나는 기관사를 사랑했어요. 아버지 같은 인간은 남편 있는 자기 병원 환자를 범하는 무괴도적 탈선을 하면서도..(중략)..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못하게 되자 어느날 밤 작약도란 조그만 섬 검정바위에 올라 몸을 던지고 말았어요.”

 

안 의사의 아들 세진의 대사로서 연극의 모두 발언을 마치며 절정을 이룬 이 연극 속의 작약도는 만석동 산 3번지를 주소로 둔 섬이다. 우리의 물치도(작약도)는 작품 속에서 살아있는 아이콘이다.

 

희곡작가 함세덕 그리고 물치도의 함수, 찾기 어려운 문학작품 속에서의 인천 풍광이다. ‘한참 헤엄쳐 흘러가다가/ 동그마니 도사린 꿈을 삼키고/ 사쁜 받쳐 든 파라솔 마냥 / 유월 훈풍에 희죽이는 함박꽃..(중략)..한참 희한히 웃고 있는 한 송이 작약도!”

 

향토의 그리움과 함께 도시적 감각이 공존하면서 인간 영원의 염원이 절규되고 있다고 평가된 연당 최경섭의 첫시집 <1938년 간행, 풍경> 이후 30년 만에 간행된 제2시집 <종, 종, 종>에 실린 ‘작약도’란 시다.

 

전통적인 희열의 몸짓을 형상화시켜 서정성을 강조했다고 평가된 시집 속의 ‘작약도’, 눈 발치에서 깊이 관조된 여인으로 치환된 시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 작약도는 외롭지 않겠다.

 

구한말 침입의 역사를 간직하며 절해고도와 같은 작약도는 1866년 병인양요 프랑스 함대의 이름을 따 ‘보아제섬’, 그 5년 후 신미양요 때 미국 병정이 작약도의 무성한 나무를 보고 붙인 ‘우드아일랜드’, 대동여지도나 동요도 등 조선후기에 제작된 각 지도에는 ‘물치도’, 물이 닿고, 물이 치받는다는 말이 유래돼 생긴 순수 우리 이름이다.

 

그러면 왜 작약도일까? 일본인들이 섬의 모양이 ‘작약꽃’ 같다고 해 지은 것으로 이젠 부르지도 말아야 한다.

 

‘작약꽃 한 송이 없는 작약도에/ 소녀들이 작약꽃처럼 되어/ 갈매기 소리 없는 서해에..(이하 생략)’ 천형을 넘어 파랑새 된 시인 한하운(한태영)이 인천여고 문예반에 남긴 ‘작약도’는 한국문학 1977년 6월호에 실린 시다.

 

씨글과 줄글에서 주제를 삼는 섬 인천의 물치도가 남기는 그 영원성이 역사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뱃길이 얼마나 그리울까. 이제 작약도는 없다. 다시 탄생한 물치도. 뱃길이 열려 돌아오는 길에 묻어두고 올 내 영혼은 나무로, 바람으로 그리고 해조음으로 탄생하겠다./ 김학균 시인·인천서예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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