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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적 권리이자 자유와 평등으로 향하는 ‘기본소득, 지금 세계는’

최인숙 교수·고향갑 작가가 풀이한 기본소득, 15일 출간

 

◆기본소득, 지금 세계는/최인숙·고향갑 지음/구름바다/236쪽/1만5000원

 

재산·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분배 제도인 ‘기본소득’이 연일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이쯤되면 ‘대체 기본소득이 뭐길래’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는데, 15일 출간된 ‘기본소득, 지금 세계는’을 읽어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인숙 고려대학교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 연구교수와 고향갑 극작가가 쓴 이 책은 ▲기본소득의 역사와 개념 ▲기본소득이 실행되고 있는 지금 세계의 상황 ▲우리나라의 불평등 구조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 무상의료를 펼치지 않았다면, 재난지원금을 풀지 않았다면 우리의 삶은 어땠을까? 이 책은 위기에 직면한 세계가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는 지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설계할 것을 정부와 자본에 요구한다.

 

◆1부, 최인숙 교수가 말하는 기본소득과 세계의 상황

 

파리3대학에서 ‘선거여론조사 공표가 여론에 미친 영향’을 연구, 파리7대학에서 ‘일본 정치시스템의 현대화와 1993년 총선’을 연구해 석사학위를 받은 최인숙 교수는 당시 파리에서 경험했던 일화로 말문을 열었다.

 

그곳에서 만난 클라리스는 아프리카에 있는 가족을 한 명씩 데려오는 게 꿈이었고, 일하다 과로로 쓰러졌으나 프랑스 정부로부터 매월 최저통합수당 에레미(R.M.I)를 받아 연명할 수 있었다.

 

더불어 장애수당 꼬토렙(COTOREP)을 받게 되면서, 수당을 차곡차곡 모아 고향에 있는 남동생을 데려오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최 교수는 “정부가 주는 수당이 이처럼 여러 사람을 구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며 복지국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서술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인간다움의 권리를 위한 정책’이라 말하면서 대한민국 헌법 제34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는 내용을 뒷받침했다.

 

완전 기본소득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현금성, 충분성이라는 5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자산조사 없이 누구에게나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노인 빈곤율, 청년실업률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대안과 미래적인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모든 사람에게 어떤 의무도 부과하지 않고, 반대급부 없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그동안 유토피아로 간주돼 왔으나 이것이야말로 공정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2부, 고향갑 작가 “문제는 불평등이다”

 

민주주의(民主主義)가 사람이 주인이라는 뜻이기에 아름답다는 고향갑 작가는 자유와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지만 모두가 똑같이 나눌 순 없어 ‘불평등’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했다.

 

기회와 경쟁이 공정해지려면 출발선에 서 있는 모든 자녀와 부모들의 어깨에 붙은 계급장부터 떼야 한다며, 불평등의 뿌리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 충돌이자 소득과 분배의 충돌일 것이라는 게 고 작가의 설명이다.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살림살이의 뿌리인 옷(衣)과 밥(食), 집(住)을 예시로 들며, 현재 사회의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저자는 격차와 차별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꿈꾸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에 대해 누군가는 유토피아라고 말한다. 고향갑 작가는 아쉽게도 유토피아는 없다고 현실을 말하면서도 “누구나 행복한 사회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꿈이 아닐 수 없다“며 꿈꾸는 이들에게 응원을 전했다.

 

◆김민웅 교수의 추천사 “기본소득은 시민적 기본권리”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날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생존기반을 안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길을 명확하고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기본소득은 어느 정파의 주장이나 공약 수준을 넘는 시민적 기본권리”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이 구체적인 실현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논란 대상으로 묶여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기본소득은 ‘정의로운 구조적 전환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 지금 세계는’을 읽고 최인숙 교수와 고향갑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시민의 기본적 권리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향한 발걸음인 기본소득과 시대 전환의 흐름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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