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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칼럼] 홍남기와 김수현

 

 

1.

올해 처음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언론은 국민지원금 선별지급 문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컷오프 돌입 등을 원인으로 든다. 후보 경선 밴드웨건 효과로 따지자면 민주당이 주목도나 흥행효과 등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니 위의 원인분석 중 후자는 타당성이 낮다.

 

하지만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국민지원금 하위 88% 지급 논란은 다르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코로나 위기대처 정책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하위 88퍼센트로 끊은 지원금 선별지원의 (건강보험료 기준 산정의 비 적절성 등) 절차적, 실무적 난맥상 때문에 상위 12퍼센트에 포함될 수 없는 지원 제외자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별지원을 주도한 세력들은 "그깟 이십 몇만 원 쯤이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과정의 복잡성에 대한 청맹과니 같은 인식이다. 충분히 지원금 받을 자격 있고 받아야 함에도 배제된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정서적 불쾌감은 매우 깊고 장기적인 형태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배수진을 치고 고집했다 알려진 재정지출 과다가 문제였다면, 25만 원을 20만 원으로 낮춰 전 국민 일괄 지급했으면 그뿐이었다. 그게 아니었다. 곳간 열쇠는 자기들 손아귀에 쥐고 있어야만 한다는 모피아 관료들의 권력 독점 의지. 보편적 지원 혹은 복지의 낌새만 보여도 부르르 몸을 떠는 일그러진 신념. 이런 것들이 덕지덕지 쌓인 결과가 지금처럼 돈 실컷 쓰고 욕은 바가지로 먹는 하책(下策)이 되었다.

 

그 와중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설계의 '주역'이라 불리는 김수현 전 청와대 수석이 언론에 등장했다. 자신의 저술을 통해 “평균적으로 보면 홍콩, 중국, 대만을 제외하곤 (우리나라 부동산이) 전 세계 평균보다 단연 상승률이 낮다”고 말했다. 나아가 “오르는 집값, 가계 부채 증가, 청년층과 취약계층의 주택 문제 심화 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강조했다.

 

쉽게 말해 자기는, 그리고 자기가 주도한 정책은 잘못한 게 없다는 말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고통받는 수백만 시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걸 넘어 기왕 생긴 상처에 왕소금을 뿌리는 발언이다. 지금까지 정책 실패는 둘째 치자. 차기 대선까지 고작 6개월이 남았다. 그 기간을 못 참고 이 정부 임기 안에 셀프 면죄부 도장을 찍고야 말겠다는 게다. 정권재창출이야 어찌 되든 말든 간에.

 

2.

윤석열의 몰락 속도가 빠르다. 국민의힘 경선 통과조차 낙관할 수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동반 몰락 중이란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서 보면 윤석열 퇴조가 반드시 좋은 현상이랄 수는 없다. 다른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홍준표다.

 

홍그리버드라고 불리는 극우 정치인.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당한 큰 표 차의 패배 때문에 이 남자를 우습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의외의 인간적 이미지와 함께 어찌 됐건 국정에 대한 자기 일관성이 있다. 보수 진영 정치인 가운데 그나마 정체성이 뚜렷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20대 남성 유권자 사이에 독보적 인기라는 평가가 말해주듯, 만에 하나 홍이 국민의힘 최종 주자로 나선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혼돈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본다.

 

더구나 지금 같은 사생결단식 흠집 내기 민주당 경선이 남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을 고려해야 한다. 명색이 개혁세력 재집권을 열망한다면서도, 특정인이 후보가 되면 거꾸로 국민의힘 찍겠다고 공언하는 전후좌우 착종된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과 몇 달 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 선거 참패 시의 절박감과는 완연 다른 민주당 분위기다. 위기의식이 사라졌다. 대신에 막연한 승리 예측이 진영 전체에 흘러넘치고 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다음 선거는 세월호도 없고 촛불도 없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 충격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보궐선거 참패의 핵심 원인이 된 부동산 문제는 해결은커녕 갈수록 악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위험한 지점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민심으로 인해)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요구 여론이 더 높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어드밴티지보다는 위험 요소가 훨씬 많은 선거인 게다.

 

상대는 여러 번 권력을 잡아본 집단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최종 후보가 누가 되든 국민의힘이 전열을 총정비하면 결코 파괴력이 간단치 않을 것이 자명하다. 지난 대선의 경우 그 뜨거운 정권교체 열망을 등에 업고도 더불어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41.08퍼센트에 그쳤다. 그만큼 우리나라 보수 유권자들의 표층이 두껍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6개월은 강산이 바뀌고도 남는 긴 시간이다. 홍남기와 김수현의 예처럼 유권자들 눈 밖에 벗어나는 정책과 발언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민주개혁세력의 재집권 행로는 탄탄대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살얼음판인 것이다. 이 절박한 위기의식을 망각한다면, 진짜로 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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