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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모두가 공부를 잘해야 하는 걸까

 

 

수업시간에 가끔 아이들에게 공부가 재밌는지를 묻곤 한다. 그러면 우리 반 스물 한 명의 아이 중 세네 명 남짓한 정도는 공부가 재밌다고 말한다. 퍼센티지로 따지면 20%가 조금 안 되는 수치다. 공부에 재미가 없는 다른 아이들은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는 거라서 하거나, 괴로워도 부모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다. 이런 상황이니 수업 시간에 교실 분위기가 절간처럼 삭막해지는 게 약간은 이해가 간다.

 

언젠가 반 친구들에게 모두가 공부를 꼭 잘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라서 예전에 알던 정답이 미래에도 맞을 거란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선생님과 어른들이 알고 있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 예를 들면 공부를 잘해야 좋은 직업을 얻고 성공한 삶을 살게 되는 게 완전히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공부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끝나자 아이들이 갸우뚱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집이나 학교에서 대놓고 혹은 은연중에 공부를 잘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 배워왔는데 다른 소리를 하니 당황스러울 만도 했다. 며칠이 지나고 한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엄마에게 공부 꼭 잘 안해도 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은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이 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핵심을 찌르는 말이어서 별다른 대답을 못 했다. 다만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공부가 괴롭지 않고 흥미로웠다. 이런 사람은 공부를 놀이나 취미처럼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의 학업 흥미도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설문을 살펴보면 수학과 과학 흥미도가 전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수학 흥미도가 14위 과학 흥미도는 13위이다. 우리 반으로 국한해서 살펴보면 20% 정도의 학생들은 학업에 흥미가 있고 열정이 있는데 이 친구들도 중, 고등학교에 가서 성취도는 올라가지만 흥미도는 떨어진다. 초등학생 때부터 흥미가 없던 학생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흥미도가 점점 더 떨어지다가 아예 손 놓는 아이들도 속출한다.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가 사그라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나 구슬치기 같은 놀이들은 모두 어릴 때 재밌게 했었지만 생사여탈 여부가 걸리면서 재미와는 무관해졌다. 그저 해야 하니까 목숨 걸고 하게 된다. 게임이 이 정도인데 시험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모두가 떠드는 상황에서 공부가 재밌다면 그게 신기한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식을 배우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도 높은 교육열이 한몫했고 이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한국이 압축 성장하던 시기에 통했던 교육 몰입 성공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통용될지는 미지수이다. 미술이나 음악을 배우듯 교양을 배우는 것처럼 학교에서 공부할 수는 없는 걸까. 꼭 모두가 특정 시기에 공부를 잘해서 시험을 잘 쳐야 하는 걸까.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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