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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미스터 네거티브

 

동지(同志). 뜻을 같이 하는 자로서, 말이 통하는 동무 또는 어떤 비밀도 맘 놓고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친구를 일컫는다. 이 혈맹의 칭호를 3류정치가 가져가서 매우 위선적으로 쓰고 있다. 동지라 부르면서도 원팀정신을 산산조각 내는 민주당 대선 경선의 특정 후보를 비판한다. 

 

당시(唐詩) 한편이 떠오른다. 

 

이백 두보와 동시대인으로, 그 명성은 천년이 넘도록 조금도 줄지 않는 시인 왕유(699~761)가 있다. 이 삼거두(三巨頭)를 중국은 국보로 여기며 각각 시선(詩仙), 시성(詩聖), 시불(詩佛)로 존숭한다. 선생의 시편들 가운데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의 일부다.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평생을 서로 알고 지낸 친구도 자리나 이권을 다투게 되면 주머니 속 칼집을 만지작거린다네. 뿐만 아니라, 관직에 먼저 나간 권문세가의 자식들은 자네 같은 후배들이 뒤따라 진출하면 이끌어주기는 커녕 잘되나 보자며 비웃지. 세상인심이란."

 

작금 이 나라 대통령 선거 경선은 여야 공히 목불인견이다. 참혹하다. 우리 정치판은 거대한 쓰레기 더미다. 놀라운 것은 그  위에 두 송이의 장미꽃이 피었다는 점이다. 기적이다. 추미애의 포효, "검찰 언론 야당, '검언정' 협력 카르텔을 부수어야 한다"에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청렴해야만 했다"는 이재명의 처절한 외침은 마치 멋진 합창 같다.

 

이낙연의 좌절은 최선을 다한 자의 아까운 패배가 아니다. 자멸이다. 대통령이 되어 펼치겠다는 원대한 시대정신의 구상과 포부는 아예 없거나 뒷전이고, 선두주자와 추격자를 시종일관 저주하고 꼼수로 공격하여 판을 더럽힌 죄의 대가다. 그는 날마다 어느 시시한 인간의 자서전을 낭독하고 있다. 

 

또 다른 총리 출신 후보 정세균도 별 차이 없이 이재명 씹는 걸로 일관하다가 먹히지 않자 재빨리 사퇴했다. 둘 다 총리가 되기까지는 특유의 무능 탐욕 위선이 유효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연로한 자들의 가장 역겨운 득표전략은 선량한 씨알들을 편가르고 포악하게 만들었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그 어느 후보가 이기든 지역균배 한답시고 저쪽 동네 출신의 파렴치한들에게 총리니 장관 명함 주는 전통을 끊기 바란다. 온갖 저질 추태를 전략처럼 일관하는 총리 출신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능력 열정 헌신 품격을 기준으로 해야 옳다.  

 

여성 또는 젊은이가 총리를 맡는 것이 고달픈 인생살이의 민초들에게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40대 기수론의 3김시대는 얼마나 역동적이었던가. 이재명 후보에게 공약으로 30-40대 총리나 여성 총리를 제안한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 중에 특히 흔한 일이다. 

 

역설적으로, '미스터 네거티브'의 편에 서서 바보짓, 나쁜짓, 미친짓을 대행하는 3류 정치모리배들의 리스트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특히 장관 명함 욕심 내다 폭망한 종자들! 유유상종은 진리다.


네티즌 의견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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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0자
  • 푸른사슴
    • 2021-10-05 0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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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피로감이 하늘을 찔러요~

  • 우주희
    • 2021-09-30 19:24:27
    • 삭제

    x100000

  • 우주희
    • 2021-09-30 19:23:28
    • 삭제

    좋아요

  • 난몽
    • 2021-09-30 04: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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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우리는 살면서 일반 시민보다도 더 못한 정치인.국무위원.검찰.법조인.고위공무원들을 숱하게 보아 왔는데...개인의 욕심에 매몰되다 보면 자신의 위치나 능력은 뒷전에 두고 오로지 지위만 탐내는 그런 자들이 된다는 것을 필자의 날카로운 지적에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오로지 한몸바쳐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대통령이 이번에는 꼭 선출되고..더 나아가 정말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인선해서 ㅡ선진국으로서 ㅡ이 어려운 난국에도 세계를 리드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 happysoona
    • 2021-09-29 09: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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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방은 사라져야한다
    법으로 만들어 강력히 규제해야한다
    공약으로 토론해야지
    제살 깍아먹는 네거티브 공방
    절대로 네거티브로 이기지 못한다
    절박하다고 표 더 얻겠다고
    상대진영과 같이 한다는 건
    이제 국민에게 통화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한다
    본때를 보여주어 다시는 네거티브로
    상대방을 흠집내고 피 흘리는 것이
    더 이상 할 수 없게 해야한다
    이름값을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공약으로
    대결한다면 그나마 국민에게 남아 있던 정이라도 받을텐데
    모지리처럼 보여 안타깝다
    네거티브 영원히 아웃!

  • JYK
    • 2021-09-29 04: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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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비유와 쉬운 말, 속이 후련한 글입니다.

  • 옛길
    • 2021-09-28 20: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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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적절하고 통쾌한 일갈입니다
    부패기득권과의 최후의 고지전투전 이재명을 엄호하지 않으면 우리는 암흑의 터널로 진입하겠지요

  • 마니산
    • 2021-09-28 20: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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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속이 시원합니다
    수박의 정체는 갈수록 그 진면목이 만천하에 드러나 심판받을겁니다
    2등이라고 선대위원장 맡겨도 안됩니다
    그걸 미끼로 한자리 꿰차려할테니
    40대총리 여성총리 아주 바람직한 제안입니다

  • 길벗
    • 2021-09-28 19: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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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후보 경선 중 저열한 속내를 드러내온 후보가 호남권 경선 이후로 확실히 제껴질 것입니다.
    내가 아니면 깽판치겠다는 속내를 알게되어 낙엽씨와 진영의 뻘짓걸이 고맙구려...
    대장동 개발사업 확전 불쏘시개 열할로 윤가 검찰의 청부고발사건을 덮어버린 죄책은 어떻게 추궁할까?

  • 호호
    • 2021-09-28 19: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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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널리 읽히고 싶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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