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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초월한 혈맹 인연' 참전용사가 보내온 시 한 편에 가평지역 학생들 '뭉클'

 

한국전쟁 중 가평에서 맺은 혈맹의 인연이 세대를 넘어 전해지고 감동을 주고 있다.

 

1일 가평군에 따르면 지난 29일 가평 북중학교 학생들에게는 한국전쟁 당시 캐나다군 가평전투 참전용사 한 분이 자신의 현재 심경을 묘사한 시 한 편을 보내왔다.

 

주인공은 가평전투에 참전한 마이클 추보카 씨(90)로 오랫동안 지병인 관절염을 앓고 있다.

 

추보카 씨는 우크라이나 출신 캐나다 이민자 아들로 태어나 18세 때 한국전쟁이 터지자 입대 원서를 냈다. 하지만 나이가 어려 입대가 거부되자 나이를 한 살 올려 기어이 군대에 입대한 그는 프린세스 패트리샤 경보병여단 2대대에 배치돼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1951년 4월 24일 운명을 가를 가평전투가 벌어졌다. 이날 마장초등학교 뒷산 677고지 캐나다군 500명 대 중공군 5000명이 밤 10시부터 6시간 넘게 서로간의 총격전이 계속됐다.

 

수도 서울로 진격하려는 중공군은 인해전술로 밀어붙였고, 그 가운데에서 추보카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기는 것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같은 참호 안에서는 전우가 이마에 총탄을 맞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죽어가지만 돌볼 틈도 없었다.

 

적군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총을 쏴야만 했다. 여명과 함께 총성이 멈췄고 능선에는 시신들이 즐비했다.

 

치열했던 전투에서 캐나다군의 피해는 전사 10명, 중상 23명에 그친 반면, 중공군은 1000명이 넘는 전사자를 내고 북쪽으로 퇴각하는 대승의 전과를 세웠다.

 

귀국 후 제대한 그는 브래던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 매니토바대학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ROTC 장교(대위)로 예편한 뒤 교사, 교장, 교육장, 교수 등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으며 저서 5권을 남기는 등 90세가 될 때까지 치열하게 살아왔다.

 

추보카 씨는 한국을 잊지 않고 한국전쟁 후 매니토바주 한국참전용사회를 조직, 가평전투지역 근처에 있는 가평북중학교 학생들을 위해 현재까지도 해마다 225만 원 상당의 캐나다군 참전용사 장학금을 보내오고 있다. 이 장학금은 가평북중 학생 9명에게 25만 원씩 전달되고 있다.

 

90년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추보카 씨는 관절에 극심한 통증으로 2년 전부터 캐나다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보행기에 의지하며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추보카 씨는 이제 보행기에 의지해 병원생활을 하며 가평전투를 회상하는 내용을 담은 ‘보행기’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을 보내온 것이다.

 

“내 나이 90살에 최근 건강한 생활을 위해 우리에 갇혀 살게 됐다. 오직 보행기만이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강력한 기계 종마다. 네 개의 바퀴에 파란 철골과 부드러운 좌석의 보행기는 나에게 많은 애정을 가져다준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나를 따라다니며, 내 허리 둘레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꾸짖는다. (후략)”

 

이 시와 소식을 접한 가평북중 학생들은 추보카 씨가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위문편지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가평군도 학생들의 위문편지를 모아 오는 12일 캐나다로 보낼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영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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