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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하늘이 짓는다지만…" 기상이변에 종적 감추는 풍년가

가을장마에 늦더위 겹쳐 병해 창궐한 배추밭에 냉해 걱정까지
이상 고온에 바다 수온 상승…해남 김 작황 50% 감소 우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지만, 올가을 하늘은 농민들에게 유독 가혹하다.

 

이달 들어 가을장마와 때아닌 늦더위가 이어지다가 서울이 64년 만의 최저기온을 기록하는 등 이변에 가까운 날씨로 작물들이 상품성을 잃고 작황마저 나빠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농산물 소비 부진과 가격 폭락, 인건비 상승으로 농민들은 작물 수확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가을을 맞아 전국 농가에 가득해야 할 풍년가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실정이다.

 

◇ 가을장마에 늦더위 겹쳐 병해 창궐…한숨 깊어가는 배추 농가

 

영서 내륙 가을배추 주산지인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는 이맘때면 출하를 앞둔 배추들이 진한 녹색을 뽐낼 시기지만, 푸르러야 할 밭의 절반 이상이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가까이서 배추를 살피니 배추 겉잎이 끝부분부터 갈색으로 바짝 말라 있었다.

 

배추에 발생하는 병해인 '잎끝마름병'이었다.

 

밭 근처에서 콩을 타작하던 농민 최모(78)씨는 "평생을 여기서 농사짓고 살았는데 이렇게 배추가 형편없이 망가진 건 처음"이라며 "일찍 심은 배추부터 늦게 심은 배추까지 4천958.7㎡(1천500평) 밭에 병이 싹 돌았다"고 토로했다.

 

서춘천농협은 서면 지역 배추밭 150㏊ 중 135㏊(90%)에 병해가 발생했고 75㏊(50%)가 심각한 상황으로 잠정 집계했다.

 

충북 배추 주산지인 괴산은 지난달 지속된 고온다습한 날씨의 영향으로 재배량의 20%가 무름병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괴산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 배추 재배량 594㏊ 중 20%(119㏊)가 무름병, 노균병, 뿌리혹병 등의 피해로 상품성을 잃었다.

 

예년 이 시기 병해 면적이 5% 미만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올해 병해가 유독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232.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7.9㎜보다 3배가량 많은 양이다.

 

이어 늦더위가 찾아온 9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전국 평균 기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도 높은 20.9도를 기록했다.

 

병해가 발생하기 쉬운 '고온다습'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상고온은 어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남 해남 곱창 김 양식 어민들은 9월 초부터 10월까지 이상 고온이 이어지며 작황이 좋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김발에는 엽체가 거의 달라붙지 않았고 일부 엽체는 검붉은색에서 황백색으로 변하는 황백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바다 수온이 22도 정도를 유지해야 하는 데 올해는 24도 정도로 2.6도 높았다.

 

이상기온으로 해남 곱창 김 생산량은 작년(8만t)보다 50% 정도 감소한 4만t에 이를 것으로 해남군은 전망했다.

 

◇ 깜짝 한파에 서리맞은 밭…일부 시설 작물은 냉해 발생

 

20일 고랭지 채소밭이 모여있는 홍천 내면 율전리에서는 길가의 자투리 밭부터 멀리 들녘까지 무가 나뒹구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병해로 질이 나쁜 무가 아니었다.

 

냉해 발생 전에 가격 폭락과 인건비 상승으로 출하 포기하고 내다 버린 무이다.

 

농민 이근학(66)씨는 밭에서 무를 뽑으며 "지금 이렇게 잘 자란 무를 출하하지 못하니 애가 탄다"며 "타산이 맞지 않아 다 내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들여 키운 고랭지 무 20㎏들이 1상자는 현재 도매시장에서 6천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1만 원 선은 유지해야 손에 몇 푼이라도 쥘 수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출하 작업을 할수록 손해인 셈이다.

 

게다가 외국인 계절 근로자 수급난으로 인건비가 예년보다 50% 이상 껑충 뛰어올라 사람을 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수확 시기를 놓친 무는 과하게 자라 갈라지고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서울 기온이 64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 '깜짝 한파'가 닥쳤다.

 

18일 새벽 이곳의 기온은 영하 3도까지 떨어졌고, 무청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버린 냉해로 상품 가치가 떨어졌다.

 

이씨는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하는데 올해는 정말 하늘이 야속하다"며 "기자들이 좀 더 일찍 와서 농가 피해를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진 평창의 수국 재배 시설에서도 냉해가 발생해 수천만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봉화 등 일부 북부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농작물 냉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배추, 무, 사과 등 피해가 우려되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보온 작업을 하거나 수확을 앞당기는 계획을 세우는 등 마음을 졸이는 모습이다.

 

안동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A씨는 "기온이 크게 내려가는 날이 수일 지속하지 않으면 사과 수확에 큰 지장은 없지만, 혹시 몰라서 수확을 좀 서두를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경북도 또한 지역 농민들에게 배추, 무 등을 부직포 등으로 덮는 등 냉해 피해를 막기 위해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