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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그립다 친구 얼굴이

 

얼굴은 밖으로 드러나는 마음의 표정이다. 삶의 뿌리에서 오는 형상이며 영혼의 풍경이다. 그래서일까 첫인상은 첫사랑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흉한 인상은 범인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한세상 나그네 길에 여권 같은 얼굴과 이름이라는 고유명사와 함께 운명적인 성격과 인격을 안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 대변인 같은 게 얼굴이다.

 

재 너머 사래 긴 밭이랑 같은 얼굴의 주름살 속에는 오늘의 그 사람만 내재되어 있는 것 아니다. 태어나 살아온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따른 마음가짐에 있어서의 표정의 변화가 세월이라는 이름과 함께 용해되고 축적되어 있다. 또한 그 위에 오늘의 일들이 얹히고 있다. 생물학적인 면에서 볼 때 얼굴은 운명적으로 타고난 바탕이 있다고 한다. 이어서 환경과 교육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후천적인 면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타고난 면은 어찌할 수 없다 할지라도 후천적으로 교육받고 공부하면서 가꾸고 닦아 참한 모습으로 가꾸어 가는데 힘쓰는 것 아니겠는가.

 

선한 얼굴과 고운 얼굴에는 차이가 있다. 선한 얼굴 편안한 얼굴은 수도승이나 구도자의 얼굴이 될 것이다. 고운 얼굴은 타고난 심성이 고운데다, 생활인으로서 사계절을 살아오는 과정에서 묻어나는 탁함을 끊임없이 닦아온 인상일 것이다. 자기 수양에 의한 마음 단속과 고운 정서를 위한 영혼의 맑힘 운동을 생각하면서 공들여 온 사람의 얼굴이다. 그러므로 어진 마음에서 배어나는 얼굴과 그 어짊에서 오는 인격의 윤기 같은 것을 포함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거울을 보고 난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주름살에 머무는 시선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깊어지고 주름졌는가 싶다. 나이 듦에 따른 인식의 변화가 몸의 정직한 표현에 뒤지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문장도 유머나 위트는 고사하고 살가운 표현과 풍류적인 글발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듯 살아온 세월이 짧지 않았다.

 

친구 얼굴이 보고 싶다. 한 마을에서 앞뒷집 살며 학교생활이 끝날 때까지 함께 지냈던 친구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공군을 자원입대하여 영관급 장교로 근무하다 제대한 뒤 서울에서 살고 있다. 다른 친구는 고위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정년을 했다. 그리고 바로 악기를 배우고 가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K 방송의 ‘황금연못’ 프로에 출연하여 색소폰을 불고 노래하면서 청년처럼 열정적으로 생활하였다. 그런데 요즈음 두 친구의 목소리가 그립게 되었다. 전화를 걸어도 목소리 듣기가 어려워 문자를 보냈다. 한 친구는 반갑다는 회신이 왔다. 다른 친구는 문자가 오긴 왔는데 본인이 보낸 것인지 대필처럼 온 것인지? 아쉬웠다.

 

주변 친구가 먼 풍경되어 가물거린다. ‘어제 죽은 재벌은 오늘 아침 라면 먹은 사람만 못하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물질적으로 심리적으로 자본 없이 ‘성실함’ 하나로 버텨온 우리 세대다. 남이 달려갈 때 무릎으로 기어가면서라도 글 쓰는 것도 예술이거니 생각하고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예술보다 삶이 먼저요 삶보다 그리움이 먼저인 것 같다.